[기고]'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머니투데이 강형구 한양대 교수 | 2023.09.22 04:30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을 '콘텐츠 강국'이라 하지만 정작 관련 기업은 해외에선 빅테크와의 전쟁, 국내에선 규제와 인식 장벽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 기업 없이는 한류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기술력과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과감히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자회사를 유연하게 생성·관리하는 조직 혁신이 한 가지 방법이다. 자회사는 모회사 사업부문으로 있을 때보다 쪼개져 나왔을 때 그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지난달 왕수봉 아주대 교수와 최재원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자금조달비용을 감소시켜 모기업 주주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효과다.

투자자 입장에선 원하는 프로젝트를 콕 집어서 투자하고 투자금이 다른 부서와 섞이지 않길 원한다. 조직이 분리돼 있지 않으면 이를 확신할 수 없지만, 자회사 구조는 이를 가능케 한다.

지난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와 싱가포르에서 1조2000억원을 유치했다. 만약 카카오엔터가 분리돼 있지 않았다면 모기업인 카카오와 협상해 투자금이 다른 신규 사업과 섞이지 않도록 감시·정산·거부권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투자 성공 시에도 투자가 기여한 만큼 시장가치를 계산해 회수해야 하는데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카카오엔터가 별도 회사여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투자할 수 있고, 향후 IPO(기업공개)나 블록딜을 통한 회수가 용이한 점이 투자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이는 역으로 기업이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 회사 전체 가치 상승에 기여한다. 앞선 논문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자회사 구조는 투명한 사업구조와 상장 등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용이하다.


더 넓게 보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콘텐츠 기업의 M&A는 데이터와 AI 역량을 거래하는 행위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비즈니스 그룹 구조가 효율적이다. 자회사를 만들어 투자를 받고 IPO를 하는게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이는 문어발 사업확장 등 기존 재벌식 다각화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규모와 자원 측면에서 글로벌 빅테크보다 열세인 카카오나 네이버 등이 이러한 전략을 따르는 건 필연적이며, 이같은 추세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자회사 구조를 통한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싱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크게 성공해 결국 모든 주주들과 한류의 이해관계자들도 이익을 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웹툰 등에 진출하며 기회의 문이 빠른 속도로 좁아지고 있다. 우리는 온라인게임과 싸이월드 등 실패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신속한 액션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 구조를 통한 투자유치, IPO 등의 활동이 중요하다. 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정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글로벌 경쟁은 단순히 기업 간의 시장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의 시장경쟁과 비시장경쟁을 포함한 총력전(total war)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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