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트럼프 '전기차와 UAW 사이' 파고들다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 2023.09.20 06:22
(래피드 시티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州) 래피드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3.09.0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역시 정무적 감각 하나만큼은 추종을 불허한다.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당내 대선경선후보 2차 토론회를 포기하고 내주 수요일(27일) 디트로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로 했다.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을 만나기 위해서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측근들은 그가 다음 공화당 경선 토론회 당일에 디트로이트로 떠나 노동분쟁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 및 전직 UAW 조합원들 앞에서 황금시간대애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계획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지난 1차 토론회 불참에 이어 2차도 자의적으로 자리를 생략하는 것이다. 1차 당시에 트럼프는 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 1대 1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미 당내 지지율 과반..본선상대 바이든 약점 잡았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현지시간)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2023.9.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당내 행사를 전면 무시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들을 두 배 이상의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은 과반을 웃도는데 2위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의 강력한 재정 지원자인 켄 그리핀 헤지펀드 시타델 창립자까지 드산티스 지지를 철회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제 당내 경선 자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그는 아주 미묘한 정치적 어젠다를 파고 들었다. UAW가 파업을 한 지 며칠만에 미시간주 디트로이트행을 전격 결정한 그의 선택은 당내 경쟁자들을 무시한 태도보다는 본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맞서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UAW가 사용자 측과 단체교섭에 실패하고 파업을 시작하자 노조 편을 들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기존 레거시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 측면에서는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길 수밖에 없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원죄(?)는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을 만들어온 빅3 자동차 기업보다는 전기차(EV) 업체에 정부돈을 몰아준 것이다. 민주당의 정책은 탈화석연료, 환경친화적인 정책 추구, 알래스카 석유채취금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에 맞춰져 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로 구성된 빅3 기업들은 바이든 시대에 그다지 육성혜택을 받은 바가 없다. 바이든이 이번 파업에 대해 노동자 편을 들었다고 해도 노조 입장에서는 그저 립서비스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해준 것도 없으면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훈수로 들릴 수 있다.


바이든 노조편 들었지만 백악관은 우물쭈물


(디트로이트 로이터=뉴스1) 장성희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전미자동차노조 소속 루이빌 출신 노동자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2023.09.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 바이든 대통령의 특명으로 이번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백악관 특사 고위 관리 2명은 입장을 번복해 워싱턴에 남기로 했다. 지난주에 바이든 대통령은 줄리 수 노동부 장관대행과 진 스펄링 백악관 수석 고문을 파견해 UAW와 사용자 측의 교섭을 중재하기로 했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포기했다.

백악관은 추가 성명을 통해 "협상 당사자 간에 교섭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스펄링과 수가 워싱턴에 남아 사용자 측과 논의를 계속하고 대화가 진전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라며 "협상 진척상황을 봐가면서 디트로이트행 시기를 가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백악관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트럼프는 아예 일정을 못박고 이 정치적인 기회를 활용할 기세다. 트럼프 측은 이미 500명이 넘는 노동자들과 대화할 자리를 마련했고, 전기 기술자와 자동차 숙련공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미 한편에선 노조 지도부를 기득권이라고 공격하면서 우파적 목소리를 냈지만 말단의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귀를 땅에 대고 듣겠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언론들은 트럼프가 파업시위 현장의 피켓 라인에 등장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는 경호 문제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지만 트럼프의 쇼맨십은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역사상 가장 노조 친화적이라고 내세우지만 대통령 지위를 가지고 갑작스럽게 땅끝으로 내려오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전기차는 사기' 비난..빅3와 근로자들에 공정치 않다 부각



FILE PHOTO: United Auto Workers President Shawn Fain addresses the audience during a rally in support of striking UAW members in Detroit, Michigan, U.S., September 15, 2023. REUTERS/Rebecca Cook/File Photo /사진=로이터 뉴스1
트럼프 캠프는 자동차 노조를 지원하려는 그를 위해 아예 라디오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고문들에 따르면 이 광고는 노조와 남성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고, 주제는 스포츠와 록큰롤로 구성됐다. 광고의 내레이터는 "그들이 원했던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정하게 경쟁하고 아메리칸드림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이었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그들을 위대한 미국인이라 부르며 항상 지지를 받아왔다"고 말한다 한다.

트럼프는 전기차 전환계획의 국가적 시책을 거듭 비판해왔다. 이미 트럼프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를 한마디로 '전기차 사기'라고 지칭했다. 바이든의 전기차 육성책을 공정하지 않는 경쟁이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UAW는 최근 파업을 앞두고 노조 차원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거부하기로 했고,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노동요소 감축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숀 페인은 트럼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억만장자와 백만장자를 계속 선출할 수 없다"며 "하지만 그들이 노동계급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시간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내년 가상 대결에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주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에서 미시간을 거머쥐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에서 15만표 이상 앞서면서 이를 민주당 우세로 탈환했다. 이제 내년이면 1대 1 무승부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깨질 것이다. 누가 노조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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