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6명…'3기' 시진핑, 금융권 사정칼날 휘두르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3.09.20 06:06

올해 조사대상 고위직 36명…지난해 35명 벌써 넘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휘두르는 사정 칼날이 커진다. 9월이 채 다 가기 전인데 체포된 고위직의 수가 지난해 전체 머릿수를 넘어섰다. 특히 금융권 비리에 대한 조사가 연이어져 눈길을 끈다. 권력의 정점에 선 시 주석이 대대적 금융권 사정작업을 통해 권력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정부는 세 건의 반부패 캠페인 성과를 공개했다. 조사 중이던 왕빈 중국생명보험그룹 전 회장에게 사형집행유예(무기징역)가 선고됐고, 류리시엔 전 당위원회 위원 겸 중국공상은행(ICBC)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리타이하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흑룡강성 부주석은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올 들어 부패 혐의 조사가 공식 발표된 중국 고위직의 숫자는 총 36명이라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작년 숫자는 1년간 총 35명이었다. 9월 중순에 이미 지난해 머릿수를 넘어섰다는 거다.

중국 공산당은 왕빈을 지난해 1월 낙마시키고 조사해 왔다. 뇌물수수·해외재산은닉이 인정돼 사형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형집행유예는 집행을 2년간 유예한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중국 특유의 제도다. 재판부는 왕빈이 즉시 죄를 자백하고 반성한 점을 감안해 감형한다고 밝혔다. 싹싹 빌었다는 뜻이다. 재산은 전액 몰수다.

왕빈은 1997년 당 간부로 발탁돼 농업개발은행 부행장과 베이징지점 주석, 교통은행 부행장, 중국태평보험그룹 회장, 중국생명보험그룹 회장, 중국광발은행 회장을 지낸 중국 금융권의 거물이다. 당위원회 서기와 위원, 위원장으로 당직에서도 승승장구했지만 목숨만 남기고 모든 것을 잃게 됐다.

최근 금융권 사정 사례는 왕빈뿐 아니다. 바오판 차이나르네상스 회장은 비리 조사를 받던 중 실종됐다. 리샤오펑 전 광다그룹 회장, 류롄거 전 중국은행 회장, 톈후이위 전 초상은행장,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행장, 차이어성 전 중국은행보험감독위 부회장도 조사를 받고 있다. 랴이샤오민 전 화융자산관리공사 회장은 사형 당했고, 후화이방 전 중국국가개발은행 이사장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류리시엔 전 당위원회 위원 겸 중국공상은행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금융권 인사다. 화융자산운용 부사장과 ICBC 전무를 지냈다. 최고위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네이멍구(내몽골)상업은행, 간쑤성농촌신협 등 지방금융권 간부들의 체포 소식도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채택한 대부분 나라에서 이권이 얽히고 설킨 금융계는 권력자의 사정이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자본의 힘이 강하다보니 저항이 심하고 환부를 도려내다가 오히려 측근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중국 금융계는 장쩌민 전 주석의 파벌이자 시 주석의 견제세력인 상하이방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을 쳐내며 출발한 시 주석도 집권 1~2기엔 금융계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집권 3기에 들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시 주석의 권력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거다.

금융계 사정을 통해 시 주석은 권력기반을 더 튼튼히 할 수 있다. 한 재중 소식통은 "금융계 사정은 크게 위축된 상하이방 세력에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사정의 그물코도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이 소식통은 "탈탈 턴 왕빈의 뇌물 액수가 한국돈 591억원인데, 엄청난 금액이지만 앞서 사형당한 라이샤오민이 받은 3000억원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더 적게 받아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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