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R&D예산의 '기분 좋은 기본'

머니투데이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2023.09.20 04:20

[기고]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지킬수록 기분 좋은 기본', 가수 윤형주가 2008년에 만든 법무부 로고송으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도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다. 법은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고, 우리를 도와주고 지켜주는 '기본'이니, 법을 잘 지켜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노래다.

정부는 지난 달 30일 과학기술 R&D 예산을 3조 4000억 원 정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계는 정부가 과학기술기본법이 정한 절차도 위반하고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여 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이던 여러 연구와 사업이 중단되거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과학기술기본법? 법으로 밥을 먹고 살고, 고등학교 동문의 대부분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부끄럽지만 과학기술기본법이라는 법이 있는지 잘 몰랐다. 살펴보니, "국가는 과학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경제ㆍ사회 발전을 위하여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추진하여야한다(제4조 제1항).", "정부는 과학기술혁신의 바탕이 되는 기초연구를 진흥시키기 위하여 대학과 정부가 출연하는 연구기관의 연구 및 상호 연계ㆍ협력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추진하여야 한다(제15조).", "정부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삶의 질을 향상, 경제적ㆍ사회적 현안 및 범지구적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추진하여야 한다(제16조의6)." 등과 같이, 국가 또는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근거 규정은 너무나 많다. 투자 없이는 성과가 있을 수 없고, 특히 과학기술 분야는 과학기술기본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연구비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과학기술기본법에 과학기술예산을 삭감할 근거나 명분이 될 만한 규정은 있을까? "정부는 국가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연구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상호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제17조의 2)."는 규정이 있는데, 기존에 책정된 예산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위 규정은 문언 그대로 투자한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라는 취지일 뿐, 일정 비율로 예산을 모든 분야에서 일률적으로 삭감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취지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국가 등의 책무'와 함께 '과학기술인의 윤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과학기술인은 "자율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하되 과학기술이 미치는 사회적ㆍ윤리적 영향을 고려하여 진실성 있게 수행하여야 하며,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과학기술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야 한다(제4조 제5항). 좋은 말인데,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없이
'자율'을 기대할 수 없고, 과학기술인이 '능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지킬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법은 누가 지켜야 하나?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정부도 지켜야 한다. 모든 법의 '기본'인 헌법 역시,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제12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제발, 법을 잘 지키자.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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