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UAW의 파업, 빅3의 위기…남 얘기가 아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3.09.18 12:23
전미자동차노조(UAW) 거리 행진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 자동차회사인 포드는 올해 전기차 부문 손실이 4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지난 7월 전망했다. 포드는 올 1분기에 전기차 한대당 거의 6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또 다른 미국 자동차회사인 GM은 전기차 부문 손실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5년까지는 전기차 부문에서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포드와 GM이 아직 이익을 낼 만큼 전기차를 대량 생산해 판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60%는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고 GM과 포드는 각각 6%와 5%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급증하며 신차 판매의 약 7%를 차지했다. 올해는 전기차 비중이 11%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2년까지 신차 판매의 3분의 2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규 판매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의 자회사인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회사는 전기차 비중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 미만이었다.

이에 GM과 스텔란티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각각 350억달러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고 포드는 지난해 2026년까지 전기차에 5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는 지난 2분기 기준으로 10%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빅3는 당분간 대규모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며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빅3로선 한시가 바쁘고 한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 15일부터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파업을 시작했다.


UAW의 요구안은 향후 4년간 36%의 임금 인상과 주 32시간 근무,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 부활,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으로의 회귀 등이다.

빅3는 당초 향후 4년간 17.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가 인상률을 20%로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UAW와 의견차가 커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큰 폭의 임금 인상안보다 사측이 더 받아들이기 힘든 UAW측 요구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 위기를 겪으며 폐지했던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과 DB형 퇴직연금을 부활시키라는 요구다.

DB형은 사측이 근로자에게 약속한 연금을 매년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평생 지급해야 한다. 반면 빅3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401(k)로 불리는 DC(확정기여)형으로 사측이 근로자 퇴직시까지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알아서 투자해 퇴직 후 연금으로 쓰는 방식이다.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험과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 후 사망할 때까지 사측이 의료비와 연금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막대할 뿐만 하니라 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UAW가 현행 요구안을 얼마나 관철시켜야 파업을 철회할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UAW가 사측을 상대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큰 승리를 거둘수록 궁극적으로는 패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빅3가 전기차로의 대전환 시기에 경쟁력을 잃는다면 UAW의 일자리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단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내 밥그릇에 당장 밥을 더 담으려다 밥그릇까지 빼앗기는 날이 어떤 산업, 어떤 기업, 어떤 노조에든 닥칠 수 있다.

기후변화와 AI(인공지능) 발전으로 모든 산업이 변혁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은 내 몫, 네 몫을 따지며 갈등하기보다 머리와 손을 맞대어 협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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