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나카코 씨(24세)는 한국 클렌징크림, 립틴트 등을 주로 구매한다. 일본에서 트와이스 등 한국 걸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식 화장법이 유행하고 있는 덕분이다. 그는 "한국 제품은 가격이 저렴해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주로 인터넷에서 주문했는데 최근에는 매장도 많이 생겨 색깔을 테스트해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K-뷰티가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중국에서 일부 대형브랜드가 불티나게 팔렸던 과거와 달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인디브랜드가 중심이다.
인디브랜드의 유행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이 있어 가능했다. 인디브랜드들은 ODM 기업을 활용해 특색있는 제품 5~6개를 출시한 다음,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매장도, 공장도 필요 없어 트렌드를 잘 읽는다면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국내외 인디브랜드의 성황에 ODM 기업들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대기업으로 재탄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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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ODM 빅4, 연간 매출 4조로 판 커진다...상반기 '사상 최대'━
화장품 ODM 기업들이 동반 성장하는 이유는 해외에서 한국 인디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내는 인구 감소,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세계 젊은 소비자로 대상을 넓히면 상황이 다르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25억6000만달러(3조4000억원)로 중소기업 수출 품목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40억8000만달러(5조4000억원)로 이중 63%가 ODM을 주로 활용한 중소 브랜드였던 셈이다.
국내 ODM 기업들의 생산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현지 브랜드들의 러브콜도 이어진다. 코스맥스는 중국의 대표 화장품 기업 이센의 퍼펙트다이어리의 개발과 생산을 2년 전 브랜드 출시 당시부터 맡아왔다. 코스맥스는 최근 이센과 광저우시에 약 2만평 규모의 아시아 최대 화장품 공장을 조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코스맥스는 올 초에는 일본 최대 규모 화장품 산업 전시회인 '코스메위크 도쿄 2023'에 참가했고, 2025년부터 일본 내 생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0% 이상이 무슬림인 점을 고려해 2016년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무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ODM 업계의 상대적 후발주자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눈, 입술 등 색조 화장품이 북미, 중국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고객사인 중국 현지 브랜드 인투유(INTO YOU)가 온라인 쇼핑행사인 618에서 틱톡 색조 순위 10위권에 들면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레어뷰티, 타르트 등 북미 지역 셀러브리티들이 출시한 신생 뷰티 브랜드도 씨앤씨인터내셔널이 생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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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번에 전세계 배송...화장품 시장 넓어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화장품 매출이 2015년부터 7년간 연평균 20% 성장해 4270억달러(568조원)를 기록했다고 추정한다. 5년 뒤인 2027년에는 37% 성장한 5830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맥킨지는 또 새로운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짚었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2%가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해 보는 것을 즐긴다고 답했다. 여기에 K-드라마, K-팝 등이 한국 콘텐츠들이 흥행하면서 한국 화장법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올리브영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그대로 사고 싶어하는 해외 소비자들을 위해 상품이나 트렌드 구성을 국내와 유사하게 진행 중이다. 올리브영에 입점한 주요 브랜드에게 글로벌몰을 통한 해외 진출을 제안하기도 하고, 1년에 4번 진행하는 정기 할인행사인 '올영세일'도 글로벌몰에서 동시 진행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을 통해 작은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을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며 "한국 제품은 가성비가 뛰어난 데다 젤, 쿠션, 스틱 등 제형이 다양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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