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G20과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 | 2023.09.13 04:11
얼마 전 B20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를 다녀왔다. G20국가의 경제계가 모여 G20 정상회의에 올릴 경제계 권고안을 작성하고 회원국 경제계의 동의를 구하는 자리였다. G20 회원국 및 초청국 참석자들은 자국 경제계의 의견을 최종 권고안에 반영하기 위해 아주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B20 등 국제회의에는 동일한 주제가 장기간 논의되며 합의안에 도출하더라도 실제로 글로벌 룰로 반영되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왜 G20 회원국의 경제계가 기를 쓰고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까? 이미 글로벌 헤게모니를 경험한 나라들은 국제회의를 통해 만들어 내는 글로벌 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알기 쉬운 예가 파리 기후 협약이다. 유럽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논의가 시작된 파리협약이 정한 룰에 의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CO2 감축 계획 및 일정을 정해야만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시간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주도하는 글로벌 룰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디지털세도 글로벌 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가 속한 국가뿐 아니라 매출이 발생이 발생한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국제조세 규약인데, 우리 기업이 어디에 어떻게 세금을 내야 할지를 OECD와 G20 등을 통해 정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유리한 글로벌 룰을 만드는 것이 우리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목소리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력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만큼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G7 정상 회의에 지속적으로 초청되는 등 우리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글로벌 룰 세팅에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에 맞는 G20 정상회의는 우리 외교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기회다. 이번 G20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 기후변화, 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G20 회원국들의 동의와 협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저탄소·무탄소 선박 개발과 친환경 항만 인프라 구측 등의 녹색 해운 항로 구측 제시는 우리 조선 산업과 인프라 건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룰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서로의 이해가 다른 20개국이 모이는 만큼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한 번에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파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점진적으로 얻어간다면 우리의 목소리가 글로벌 룰 세팅에 적극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남이 짜 놓은 판에서 경쟁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장이 십분 반영된 판에서 우리 국민, 우리 기업이 마음 놓고 활약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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