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차르'(Asia Tsar)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인도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캠벨이 재등용되자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가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중국과의 불편함이 심화할수록 인도·태평양에서 대(對)중국 견제 고리가 중요해졌다. 고리의 중앙엔 중국의 라이벌, 인도가 있다.
10일(현지시간) 폐막한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무대에서 강화된 인도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도 외교관들은 200시간 동안 쉼 없는 협상과 300번의 양자회담, 15번의 문구 수정을 거쳐 진통 끝에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그러나 1년 전 발리에서의 G20 공동성명 내용과 달리 러시아를 직접 규탄하는 문구가 쏙 빠졌다.
러-우크라 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인도의 확고한 결의가 반영된 결과다. 가디언지는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해온 대다수 G20 국가들이 외면하는 소수를 따라 입에 재갈을 문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미국조차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외교적 승리가 필요한 점을 존중해 우크라이나 이슈를 교착상태로 몰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내년 3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 역시 내년 선거를 앞두고 모디 총리를 소외시킬 여유가 없다. 바이든은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하는 말)의 G20 회원국을 진정으로 통합했다"며 모디 총리를 추켜세웠다. 중국을 견제할 동맹을 육성하는 게 시급한 만큼 외교 우선순위에서 우크라이나가 뒤로 밀리고 있는 신호로 풀이된다.
G20 공식 일정을 마친 바이든은 다시 베트남 하노이로 날아가 양국관계를 '포괄·전략적 동반자'로 두 단계 격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도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추진해온 베트남이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에 포괄·전략적 동반자는 한국, 인도, 러시아, 중국 4개국뿐.
베트남 전쟁의 당사자로 오랜 적이었던 미국이 근 50년 만에 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베트남도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의 핵심고리다. '피벗 투 아시아'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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