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5시59분쯤 공군 1호기편으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당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정부에서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과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마중 나왔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 차림이었고 김 여사는 흰색 재킷에 검은색 치마, 검은색 구두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은 환영나온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차량에 올라 공항을 떠났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자신감 외교'였다. '캠프 데이비드'로 상징되는 새로운 한미일 협력체계를 구축한 뒤 처음 나선 다자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행보는 거침 없었다. 한미일이란 강력한 지렛대를 바탕으로 중국을 끌어내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내세워온 만큼 기후 대응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기여액을 약속했다.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한 자유민주주의 가치 연대에 뿌리를 내리면서 국제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취지다. 이는 결국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신뢰를 축적해 수출시장 확대, 첨단기술 협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우선 윤 대통령은 6일과 7일 북러회담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연거푸 경고를 날렸다.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등 단호한 표현을 썼다. 당장 북한에 탄약거래 등을 매개로 핵무기 고도화 기술 등을 넘겨주면 우리나라에 직접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에는 팔을 벌렸다. 7일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 리창 총리와 '51분' 한중회담이 성사됐다. 다자계기로 열린 회담으로선 긴 시간이다. 우리가 의장국인 한일중 정상회의의 이른 시일 내 개최에 협조를 요청했고 "적절한 시기 개최를 지지한다"는 답을 얻었다. 북한 문제에서는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 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 북한이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했다. 미국의 고립 정책을 뚫어야하는 중국으로서는 기존 방관자 행태로부터 태도 변화를 고민케 하는 대목이다.
북중러 사이를 파고든 윤 대통령이 한일중에는 연결고리가 됐다. 10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도 열었다. 3월 관계개선을 시작으로 벌써 여섯 번째다. 같은 날 리창 총리와도 또 만나 "연내에 리 총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환담도 나눴다. 탄탄한 한미일이 한일중의 협력 재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상회의 일정 중간에 그야말로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양자회담을 가진 점도 특징이다. 무려 20개 나라와 따로 만나 부산엑스포(2030 부산세계박람회) 지지를 부탁하고 국가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세일즈 외교를 진행했다. 필리핀과는 우리나라 22번째 FTA(자유무역협정)를 맺고 자동차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순방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신시장 확충과 디지털·개발협력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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