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감소·자율협약에도 저축銀 '뇌관' 부동산PF 연체 3개월새 550억↑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 2023.09.11 05:46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저축은행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연체액이 3개월 새 550억원가량 늘었다.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있는데도 대출 회수가 이뤄지지 않아 연체액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PF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올초 저축은행 업계가 가동한 '자율 협약'도 아직까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0일 79개 저축은행의 공시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업계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총 10조2289억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 10조3786억원과 비교하면 1498억원(-1.4%) 감소했다. 부동산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보고 내주는 대출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부동산PF 잔액이 줄어드는 동안 연체액은 되레 늘었다. 연체액은 4047억원에서 4592억원으로 545억원(13.5%) 증가했다. 연체액이 늘면서 업계 전체의 부동산PF 연체율도 3.90%에서 4.49%로 0.59%p(포인트) 올랐다.

주요 저축은행 중에선 OK·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이 가팔랐다. 올해 2분기 기준 부동산PF 잔액이 1조268억원에 이르는 OK저축은행은 직전 분기 연체율이 6.64%였으나 2분기 들어 8.35%로 상승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 연체액이 0원이었지만 2분기 101억원이 생기면서 4.35%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의 2분기 부동산PF 잔액은 2324억원이다.

중·하위권 저축은행에서도 갑작스러운 연체율 상승이 나타났다. 79개 저축은행 중 3개월 새 5%p 이상 연체율이 급등한 곳은 7개다. 대부분 1분기 연체액이 없다가 2분기 들어 생겼다. 부동산PF 잔액이 448억원인 A저축은행은 2분기 123억원의 연체액이 생기면서 연체율이 27.46%로 치솟았다. 직전 분기 연체액이 없었던 B저축은행과 C저축은행도 2분기 연체율이 각각 10.60%, 11.36%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있는데도 상환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상 사업장에 조금씩 부동산PF 대출을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신규 대출 자체가 많진 않다"며 "신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상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PF 사업장 정상화를 돕기 위해 가동한 자율 협약이 기대만큼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월1일 저축은행 업계는 자율 협약을 맺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부동산PF 사업장의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저축은행 3개 이상이 모여 대출을 내준 사업장의 경우, 대주단 3분의 2 이상이나 대출 잔액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사업장의 만기를 연장해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협약이 가동될 당시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의 약 60%가 저축은행만으로 구성된 사업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자율 협약 이후 사업장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일부 사업자 연체를 자율 협약이 막고 있지만 대부분 진행 속도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6월말까지는 자율 협약이 연체율을 낮출 정도로 속도감 있게 시행되지 못했다"며 "다만 7월부터는 저축은행이 본격적으로 협약 시행에 나서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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