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네트워크 투자액, 통신사의 '55분의1'"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23.09.10 12:00

리사 퍼 ETNO 사무총장 기자간담회
"빅테크, 전세계 트래픽 '절반' 유발, 네트워크 투자 공정 분담해야"

이상학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왼쪽)과 리사 퍼 사무총장. 2023.2.28/사진제공=뉴스1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가 네트워크 인프라 기여에는 소극적이란 주장이 나왔다. 유럽에선 빅테크의 네트워크 투자액이 통신사업자의 55분의 1에 불과했다.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트워크에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생태계의 불균형이 나타났다"며 이처럼 밝혔다.

퍼 사무총장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가 지난 7~8일 서울에서 주최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참석을 계기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퍼 사무총장은 "유럽 통신사들은 연 550억유로(78조7000억원) 규모를 네트워크에 투자하지만,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는 10억유로(1조43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설비투자액 대부분은 자체 클라우드에 쓰인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선 빅테크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투자를 분담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체 트래픽 중 5% 이상을 유발하는 '대규모 트래픽 발생자(Large Traffic Generators)' 빅테크가 대상이다. 퍼 사무총장은 "기술적 측면을 고려해 5%라는 기준을 정했고, 6~8개 주요 빅테크 기업만이 대상이 된다"면서 "스타트업 등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안정적인 연결성을 갖추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목표를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선 2000억유로(286조2000억원)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퍼 사무총장은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가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전환의 목표를 더욱 빠르게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등 일부 빅테크CP(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망 투자비용 분담 시 크리에이터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했지만, 퍼 사무총장은"빅테크CP는 이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돈을 벌고, 콘텐츠 생성 시장의 경쟁은 거세다"고 반박했다. CP 간 이용자 콘텐츠의 확보 경쟁 탓에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줄일 수는 없다는 평가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상학 KTOA 상근부회장은 "한국의 경우,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내야 할 망 이용대가는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극히 일부"라면서, '크리에이터 수익 감소' 주장은 "(구글의)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한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라 비판했다.

빅테크의 망 투자비 분담 방식이 유럽에서는 '공정 기여(Fair Share)', 국내에서는 망 이용료 법제화를 고리로 한 '공정 지급(Fair Payment)으로 추진중인 가운데 퍼 사무총장은 "솔루션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럽과 한국의 논리는 동일하다"며 "(네트워크로) 가장 많이 혜택을 보는 측이 가장 많이 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KTOA와 ETNO는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 현장에서 '망 이용료 분담'을 골자로 하는 '한국-유럽 통신협회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대형 빅테크 기업들은 공공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의 유지와 진화를 위해 공정하고 비례적인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스트 클릭

  1. 1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4. 4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
  5. 5 '청춘의 꿈' 부른 김용만, 자택서 별세…"한달전 아내도 떠나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