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머니투데이가 백신 도매업계에서 단독 입수한 자료들에 따르면 현재 대상포진 백신 중 가장 비싼 싱그릭스의 도매가는 38만원(2회 접종 기준)이며, 이벤트가까지 적용하면 최저 33만원이다. 도매가는 병·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또는 도매상을 통해 사입하는 가격을 말한다. 또 기존의 대상포진 양대 산맥이던 '조스타박스(MSD)'와 '스카이조스터(SK바이오사이언스)'의 도매가는 각각 9만9000원, 8만8000원(최저가 8만1000원) 선에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백신 3종의 접종 비용이 싱그릭스가 46만~60만원, 조스타박스가 17만~20만원, 스카이조스터가 13만~15만원이 점을 고려하면 병·의원이 백신을 접종할 때마다 각각 최대 22만원(이벤트가 적용 시 27만원), 조스타박스가 10만1000원, 스카이조스터가 6만2000원(최저가 적용 시 6만9000원)은 챙길 수 있단 얘기다.
이 때문에 개인사업자의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데, 연 매출이 8800만원 이상이면 백신 가격의 35% 이상이 세금으로 떼인다. 일반적으로 개원가 연 매출이 3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은 38~40%(1억5000만원~5억원 기준)이다. 여기에 직원 월급, 4대 보험료,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제하면 사실상 대상포진 백신 접종 수익의 50%는 떼인다는 것. 예컨대 싱그릭스를 평균 접종 가격인 50만원에 접종할 경우 사입가(38만원)을 제하면 12만원이 남지만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6만원가량으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 전 의사가 받는 진료비는 '0원'이다. 6만원 안에 진료비, 주사를 놓는 처치료가 사실상 몽땅 포함된 셈이다. A 원장은 "세금으로 떼이는 게 많다 보니 개원가 사이에선 '투명 인간'이 수입의 절반을 떼간다고들 표현한다"며 "주변 개원가의 접종 시세를 고려해 비용을 더 올리고 싶지만 비싸서 접종하러 오는 사람이 줄면 재고가 부담된다"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이런 재고 부담에 '손님'의 발길이 끊길 것이란 우려에 개원가에선 싱그릭스 출시 초창기 접종 최고가였던 60만원의 가격대가 무너지는 추세"라고도 귀띔했다.
실제로 또 다른 개원의 B씨는 대상포진 백신의 재고 부담을 우려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B 원장은 "도매 플랫폼을 통해서는 택배를 통해 백신을 받기까지 1~2일이 걸리고, 도매상에게 주문하면 당일에도 받을 수 있어 예약받자마자 주문한다"고 귀띔한다.
병·의원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들의 '통증 호소'다. 최근 출시된 싱그릭스의 경우 백신 접종 후 통증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일 대한개원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싱그릭스는 기존 백신 2종보다 항체 생성률이 높고 백신 효과가 오래 지속하는 게 장점이지만 백신 접종 후 통증이 심한 게 단점"이라며 "실제로 접종한 환자가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들 호소한다. 마치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의 통증 정도에서 체감상 90~95%에 달하는 통증이 며칠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개원가에서는 백신 접종 후 통증으로 환자들이 '뭐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항의도 올 정도라고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피부과의원을 운영하는 C 원장은 "접종자들의 이런 항의가 부담스러워 대상포진 백신 자체를 접종하지 않고 있다. 대상포진에 걸려서 오는 환자만 치료한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상급종합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입원환자만 실시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목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 개원가에서 맞을 것을 권장하며 돌려보낼 정도다. '법인'인 상급종합병원은 '개인사업자'인 개원가보다 세율이 22% 정도로 낮지만 인건비, 시설 운영비 등 부대비용이 크다. 이곳 감염내과 D 교수는 "입원한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현존하는 대상포진 백신 중 면역저하자에게 접종할 수 있는 게 싱그릭스가 유일하다"며 "46만원을 책정했지만, 매출만 높게 잡힐 뿐 남는 게 없고 오히려 적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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