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올리고 나니…"1년 번 돈, 30분 만에 다 썼다"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 2023.09.05 17:06

#올해 결혼을 앞둔 이모씨(30) 예비부부는 결혼식 비용으로 2900만원을 썼다. 웨딩홀 대관료, 식대, 스드메(드레스·메이크업·스튜디오 촬영) 등에 결혼식 DVD, 축가 공연비까지 돈 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씨는 "이미 신혼집 마련에도 대출을 받았는데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뤘던 이들이 대거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예식장과 예복 등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힘들어진 가운데 고물가로 결혼 준비 비용까지 크게 늘면서 예비부부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장모씨(30)는 웨딩홀의 조건에 따라 식대를 6만~8만원 사이로 안내 받았다. 장씨는 "당초 5만원 이내로 생각했었는데, 웨딩홀의 위치나 음식의 질을 생각했을 때 50% 정도 지출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 결혼식을 올린 박서은씨(28)는 결혼식을 치르는데 총 2500만원이 들었다. 1년여 전에 계약을 해 500만원 정도를 아낀 게 그 정도다. 당시 식장 대관료는 300만원, 식대는 1인당 5만원이었다. 박씨는 "지난해 5월부터 준비를 했는데 그 때 매니저가 '올해 계약 안하면 내년엔 식대가 오른다'고 했다"며 "그래도 1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결혼식 30분에 다 쓴 셈"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결혼식을 올린 웨딩홀에 직접 문의해보니 올해 예약을 하면 대관료가 600만원이라고 했다. 작년에 비해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식대 역시 5만원에서 6만6000원으로 올랐다. 식장 관계자는 "내년 9월부터는 대관료, 식대가 더 오를 예정이라서 지금 빨리 예약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웨딩홀과 웨딩드레스 대여, 스튜디오 촬영 등을 원하는 날짜에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문을 닫은 곳이 늘어난 반면 최근 들어 미룬 결혼을하려는 이들은 늘어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만5316건을 기록했던 혼인 건수는 올해 3월 1만8192건으로 늘었다. 반면 2019년 3월 기준 935곳이었던 전국 예식장 수는 올해 3월 743곳으로 줄었다.


장씨는"10개월 전부터 결혼식장 예약을 하고 준비를 했는데 희망하는 날짜에는 식장이 거의 다 차 있었다"며 "어쩔 수 없이 하루 남은 날짜로 부랴부랴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예약할 수 있는 공간이 적다 보니 내가 맞는 예산 안에서 원하는 곳에 식을 준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예식 업체 선택지가 많았는데 인구가 고령화돼서 예식 업체도 많이 사라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적체 현상이 심화되다 보니까 초과 수요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웨딩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호텔 등 고급화 예식장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스몰웨딩, 가족 중심의 저렴한 예식장을 선택하는 등 양극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3 결혼 비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평균 결혼 비용은 지난해 1278만원보다 약 8% 증가한 1390만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9~34세 국민 중 33%가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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