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투기란 오해 풀 것" 개별종목 선물옵션 250개로 늘린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김창현 기자 | 2023.09.06 06:00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부이사장 인터뷰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본부 부이사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파생상품은 투기 상품이 아니라, 미래 기대수익을 안정적으로 확정하는 상품입니다. 시장의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5일 이경식 한국거래소(KRX) 파생상품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물시장과 파생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활성화됐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2011년 6월 ELW(주식워런트증권) 스캘퍼(초단타매매자)에 대해 검찰이 불공정 거래라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투기' 색안경이 씌워졌다. 스캘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증권사 사장단이 줄줄이 기소되고, 파생상품시장 진입장벽까지 높아졌다. 최근에는 차액결제거래(CFD) 주가조작 사건까지 터지며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그러나 ELW 스캘퍼 사건은 전원이 무죄선고받았고, CFD의 경우 시장감시가 되지 않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선물옵션 등 일반적인 장내파생상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내파생시장은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유동성이 많고 위험관리도 잘 되는 시장"이라며 "CFD 등 사고가 발생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장외파생상품으로, 거래 당사자 간 거래가 되기 때문에 거래 투명성과 위험관리가 잘 되지 않고 비용도 비싸다"고 강조했다.

이 부이사장은 임기 내 파생상품에 씌워진 '투기'라는 주홍글씨를 지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원래 파생상품 본질은 위험 헤지"라며 "일례로 세계 최대 금속선물 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아연 3개월물 거래는 인도에서 영국까지 아연을 배에 싣고 오는데 3개월이 걸리니까, 물건을 수령할 때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고 싶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해나가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KRX 파생상품시장은 거래비중 기준 인도, 미국, 브라질, 중국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로 올라섰다.

국내 파생상품시장 일평균 거래대금도 2021년 기준 6조7000억원으로, 거래가 활성화됐던 지난 2011년(6조6000억) 규모를 대부분 회복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선물시장 기준 2011년 25.4%에서 2021년 12.9%로 감소했지만, 빈 자리를 기관투자자들이 채우면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이 부이사장은 "개인 비중이 감소하긴 했지만, 오히려 파생상품시장이 위험 헤지 등 국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재편돼 건전성 측면은 더욱 강화됐다"며 "이에 맞춰 잠재적 수요가 많은 상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지난 7월31일부터 파생상품시장 개장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45분으로 15분 앞당긴 것도 시장 활성화의 일환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선물옵션과 코스닥150선물 등 시장 대표 상품의 '가격 발견'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조기개장을 시작했다. 동시에 월요일 만기인 코스피 위클리옵션과 주식선물 25개, 주식옵션 5개도 추가 상장했다.

이 부이사장은 "아직 시행 1개월 밖에 안되긴 했지만 조기개장 15분 동안 전체 파생시장 거래량의 6%가 거래되고 있어 신규 거래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월요일 만기 위클리옵션도 전체 코스피200 옵션 거래량의 14.6%를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잠재적 투자수요가 많은 상품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별주식 파생상품이다. 앞으로 현재 코스피200 선물옵션 거래는 활발하지만, 삼성전자선물 등 개별 주식 선물옵션에 대한 인식은 낮다. 현재 개별 주식의 경우 코스피200 종목 위주로 선물은 177개, 옵션은 47개가 상장돼 있다. 이를 코스닥 글로벌 지수 구성종목까지 포함해 25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부이사장은 "세계 파생상품 시장 트렌드가 주가지수 선물에서 삼성전자 선물 등 개별주식 파생상품으로 전환하고 있어 우리도 코스피200 종목에 대해서는 선물옵션 모두 상장시킬 것"이라며 "개별 주식상품이 활성화되면 개인도 주식선물매도를 통해 기관처럼 손쉽게 주식 공매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개인투자자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서도 "레버리지 투자효과를 원하는 개인들이 비싼 이자를 내고 빚을 내서 투자하는데,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대출 없이도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고금리 이자를 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식 한국거래소 파생본부 부이사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야간선물시장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KRX 내에 야간시장개설TF(태스크포스)가 마련돼, 내년 시행을 목표하고 있다.

이 부이사장은 "미국 CME(시카고상품거래소)는 이미 23시간 거래하고 있고 독일, 런던 등은 20시간, 일본도 야간거래소를 운영 중인데 우리는 늦은 편"이라며 "정규거래시간 외에 발생하는 사건이 파생시장에서 먼저 반영되고 이후 현물시장이 열리게 되면 현물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고, 시차 때문에 투자가 쉽지 않았던 다른 지역에서 투자자를 유치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선물시장은 현물시장의 거울인데 현물시장 상장사가 2500여개인 반면, 상장 선물은 170여개에 불과하다"며 "두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니즈가 있는 상품을 추가 상장하고, 장기적으로 장외파생상품들도 일부 장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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