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전월보다 8조597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기업대출만 43조8147억원(6.2%) 늘었다.
특히 대기업대출 증가가 눈에 띈다. 올해 1~8월 대기업대출은 24조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2.7% 증가한 수준이다. 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대기업과 거래가 많기 때문에 대기업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보다 대기업대출이 더 많이 늘었다.
대기업이 은행 창구를 찾는 이유는 '이자' 때문이다. 보통 신용평가가 좋은 대기업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는데, 올해 채권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대기업이 시장보다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용등급 A0급(무보증)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5월 하순부터 줄곧 5% 이상을 기록 중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채권 등 우량 채권에 자금이 쏠리면서 일반 회사채 수요가 준 것도 금리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달 말에는 5.400%까지 금리가 올랐다.
2차전지 대표주자인 에코프로(신용등급 A-)는 지난 7월 25일 500억원 규모의 2년만기 회사채를 5.259% 금리에 발행했다. 비슷한 시기 SK에코플랜트는 2년만기 회사채를 6.141% 금리에 발행했다. 신용등급 A급의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이거나 미루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도 이런 시장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한 가계대출보다는 기업금융 영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수익 측면에서도 기업대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64%까지 올랐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7월 4.80%까지 떨어졌지만 기업대출은 5.25%를 유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업금융 순이자수익이 가계금융보다 9550억원 많다. 지난해 두 부문의 순이자수익 격차는 2220억원이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 내에서 영업의 무게 중심이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옮겨 갔다"며 "이미 주요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잔액 비중이 가계대출보다 크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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