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 수명을 150세로 늘려 해결한다?[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 2023.09.03 06:00

편집자주 | 거의 모든 국가가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나면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문제를 겪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저출생을 겪고 있고 심지어 중국조차도 2022년 최초로 인구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을 가정해서 짜여 있기 때문에(연금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인구 감소의 시대가 가져올 격변에 대한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 나옵니다. 때문에 출생률 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정책도 추세를 반전시키진 못하고 있죠. 출생자 수를 늘릴 수 없다면 사망자 수를 줄이는 건 어떨까요? 노화 자체를 '치료'해서 건강한 상태로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기존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흔들리는 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진 생명윤리학자 라이아니 로마니는 일견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제안을 최근의 과학적 발견과 '효율적 이타주의'의 윤리적 관점을 들어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로마니는 서구 국가들이 기독교 사상의 영향으로 노화와 죽음의 문제가 '신의 영역'이란 생각을 갖고 있어 꺼리는 편이라 지적하는데 동아시아 국가들은 옛부터 불로장생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 방면의 연구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 인구 감소를 겪기 시작한 중국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노화 문제는 비만과 함께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경쟁분야가 될 것입니다. 한국 또한 이민과 함께 건강수명 연장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세기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은 아마도 통제되지 않은 인구 증가가 기근과 전쟁, 전반적인 자원 부족으로 이어지리라는 토머스 맬서스의 가설일 것이다. 1910년대 보스턴은 국가 주도 우생학 운동을 추진하던 자문단의 본거지였으며 우생학은 이후 유럽에서 많은 고통을 야기했다. 1912년 하버드대학교 명예 총장이 "나약한 정신의 소유자"에 대한 "강제 불임 수술"을 촉구했을 때, 당시 진보적인 엘리트 중 누구도 이에 반발하지 않았다. 1980년, 중국은 악명 높은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면서 맬서스 이론을 역사에 구현했다.

맬서스의 1798년작 '인구의 원리에 관한 에세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잘못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세상의 '하층 계급'이 자원을 소모하리라는 그의 생각에 내재된 인종차별이 문제였다. 서품을 받은 성직자였던 맬서스는 "기아와 질병은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해 하느님께서 실시하신 것"이라는 독실한 견해를 갖고 있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맬서스가 제안한 인구 과잉이라는 개념 자체가 뒤집혔다. 교육에 대한 접근성 향상, 자발적인 피임,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는 오히려 인구감소 위기로 이어졌다.

2020년 매사추세츠주는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미국 25개주 중 하나가 됐다. 같은 해 OECD 회원국 중 여성 1인당 출산율이 2.1명 이상인 나라는 단 두 나라에 불과했는데 이는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치다.

맬서스가 한 가지 옳게 보았던 게 있다. 인구 규모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맞는다. 그러나 그는 인류의 가장 시급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자금을 지원할 건강한 성인이 부족해지리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다. 21세기의 농부, 엔지니어, 또는 제빵사 한 명이 자신이 평생 소비하는 자원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맬서스는 예측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1968년 베스트셀러인 '인구 폭탄'에서 "올해의 어머니는 불임 수술을 받고 두 자녀를 입양한 여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폴 에얼릭처럼, 맬서스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었다. 또한 스티븐 핑커가 '지금 다시 계몽'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류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영양, 주거 환경, 여행 편의성, 교육 수준을 누리고 있다. 20세기의 과학 혁신은 백신, 화학 요법, 항생제 등을 탄생시켰다. 불과 한 세기 만에 평균 기대수명이 31세에서 68세로 늘었다.

하지만 기대수명의 비약적인 증가는 건강수명의 증가 없이 이루어졌다. 노화 자체가 의학적 질환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일생의 절반을 건강이 쇠퇴하는 상태로 보낸다.


선진국 전체 사망자의 약 90%는 암, 심장 질환, 치매, 중증 감염 등 노화로 인한 것이다. 미국은 2029년까지 연간 연방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3조달러(미국 국방예산의 3배)를 65세 이상 성인에게 알츠하이머병 치료 및 퇴직 연금 등으로 지출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일본의 인구는 2000만 명이 줄어들고 브라질의 노인 인구는 세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약 5000만 명의 미국인(주로 여성)이 현재 무급으로 노인을 돌보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회비용은 연간 5000억달러에 이른다.

새로운 기술이 장수 인구의 건강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노화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스턴의 엘리트 대학 연구실을 비롯한 기관들은 노화를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되돌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

노화 문제를 해결하면 인구 감소 위기도 해결할 수 있다. 노화 자체를 의료적 문제로 다루는 것은 여전히 통념에 반하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두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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