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코로나 유행국' 오명 벗나…팬데믹이 남긴 '생채기와 과제'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정심교 기자, 박미주 기자, 박미리 기자 | 2023.08.31 09:00

[MT리포트] 코로나 종식 선언, 1319일 팬데믹이 남긴 것(上)

편집자주 | 이달 31일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조정한다.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단 의미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 만에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또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끝이 아니라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방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점검할 시간이다.



"한주 사망자 100명 넘는데…" 코로나 독감 선언, 남은 과제는




1319일 만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다. 정부는 오는 31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낮춘다. 코로나19를 더 이상 특별한 바이러스로 여기지 않는단 의미다. 사실상 완전한 일상 회복을 시작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하루 3만 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다. 한 주 사망자는 100명을 훌쩍 넘는다. 여전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물론 더 이상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코로나19의 독성이 약해졌고 여러 정보를 축적했다. 백신과 치료제도 있다. 전문가들도 이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진입할 시기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방심해선 안 된다. 특히 고위험군은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검사와 치료 비용에 대한 본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적절한 대처가 늦어질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고위험군 확진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제 처방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구축한 감염병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를 어떻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팬데믹에 3년 이상 대응하면서 확보한 감염병 대응 노하우를 유지하고 개선할 방법도 지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혁신하고, 전문가 육성, 인력 충원, 예산 확보 등을 추진해야 한다.

◆ "검사 지원 확대하고, 고위험군 치료제 처방 적극 권장해야"


코로나19를 감염병 4급으로 하향조정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검사비와 치료비 지원 축소다. 그동안 증상이 있다면 누구나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RAT)를 진찰비 5000원 정도만 내고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고위험군과 입원환자 등은 8000~9000원, 일반인의 경우 의료기관에 따라 2만~5만원을 내야 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마찬가지다. 고위험군과 감염취약시설 종사자, 입원환자 등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비용을 내야 한다. 고위험군이더라도 외래 검사를 받는다면 약 2만원이 든다. 입원환자도 약 1만3000원을 내야 한다. 일반인은 의료기관에서 PCR 검사를 받으려면 6만~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어느 정도 증상이 있더라도 돈을 내고 검사를 받느니 그냥 참거나 감기약을 먹는 정도로 대처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치명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의심 환자에 대해 빨리 진료하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고위험군이라면 의료기관 PCR과 RAT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건보) 급여를 더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또 "대형병원이나 요양병원·시설에선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며 "재정 부담을 줄이겠단 의지는 알겠지만, 의료진에 일정 부분 코로나19 진료와 치료에 대한 재량권을 주고 건보 인정 범위를 넓혀 검사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처방해야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단 의견도 눈길을 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전히 많은 의료진이 부작용 우려와 복잡한 절차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치료제 대상 환자에게 처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고위험군에 대해 감염 초기 신속한 치료제 처방으로 중증 악화를 막아야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 처방 대상인 확진자에게 약을 주지 않을 경우 처방하지 않은 이유를 필수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며 "또 병원이나 의료기관마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입원 기준이나 격리 지침 등 방침이 다른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펜데믹 때 만든 병상 운영 시스템, 넥스트 팬데믹 대응에 활용해야"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에서 의료진들이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개소한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완전 음압 시스템을 갖춘 감염병 전문 독립 건물로 감염병 응급실·외래·CT검사실·병동·수술실 등이 한 건물에서 운영된다. 2022.2.8/뉴스1

코로나19 펜데믹 때 만든 병상 운영 시스템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다음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팬데믹을 겪으며 병상 운영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줬다. 일반 병상 일부를 빼고 병상 간 간격을 늘리거나, 기존 병상에 음압 시스템을 설치했다. 입원 환자 간 거리를 넓히고, 기압 차를 이용해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만 전담 치료하는 병상을 따로 둔 곳도 있다.

그 예로,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을 코로나19 범유행 초창기인 2020년 1월 7개 만들었다가 지난해 최대 88개까지 확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코로나19 전담병상은 두지 않지만 대규모 감염병이 도래할 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긴급치료병상' 10개를 감염관리센터 내에 운영하고 있다. 긴급치료병상은 현재 코로나19 '준중증 이상'의 환자를 치료할 때 가동한다. 일반 입원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1·2인실로 이동해 치료한다. 한양대병원은 일반 병상을 기존 37개에서 34개로 줄이고, 기존 음압 병상 2개에서 음압 컨테이너 4개와 일반격리실 6개로 늘렸다. 가천대 길병원은 코로나19 범유행 기간 입원 병동 중 160병상에서 108병상으로 줄여 병상 간 거리를 띄웠다가 유행세가 사그라들면서 예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렇게 다양해진 병상 운영 시스템 중 펜데믹 기간에 만든 '음압 병상'은 다가올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 일반 병상과 병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음압병실은 설치하는 데 그렇게 어렵거나 돈이 많이 들지 않아, 코로나19가 사그라들었다고 해서 굳이 없앨 것까지는 없을 것"이라며 "평소엔 일반 병동으로 쓰다가 유사시 음압병상으로 호환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음압 병상에 먼저 배치하는 방식도 그는 권장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전국 병원의 '중환자실'이 10% 가까이 늘었다. 전국 중환자실은 약 1만 개에서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1000개 정도 늘었다. 중환자실을 개설·유지하는 데는 일반 병실보다 몇 배의 비용이 투입된다. 산소 줄 같은 특수 장비를 갖춰야 하고, 일반 병실보다 더 넓은 면적을 써야 하는 데다 전담 간호사 인력이 더 많이 투입돼서다. 보통 일반 병실의 경우 50병상에 간호사 15명가량이 배치되는데, 중환자실은 10~15병상에 간호사가 10~15명 배치된다.

코로나19는 사그라들었지만 언젠가 다가올 신종 감염병을 대비해 늘어난 중환자실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문제는 중환자실의 막대한 운영 비용이다. 중환자실은 입원 하루당 병원이 55만~60만원은 받아야 유지할 수 있지만, 중환자가 없을 때 비(非) 중증 환자를 들이면 병원에선 정부로부터 진료비를 삭감당한다. 중환자실의 수가가 일반 병실 수가보다 7~8배 비싼데, 그만큼 정부는 중환자실 입실 기준을 까다롭게 관리한다. 중환자가 없을 땐 중환자실이 비고, 그에 따라 병원은 적자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박은철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한 3년간 중환자실을 신설한 병원의 경우 아직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그 대안으로 '준중환자'를 새롭게 규정해 중환자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중환자는 아니지만, 일반 환자보다 증상이 악화한 상태의 환자를 준중환자로 봤다. 박 교수는 "중환자실이 비어있을 때 준중환자를 1일당 30만~40만원에 받으면 병원이 이곳을 공실로 둘 때보다 손실 폭을 줄이고 중환자실을 유지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확진자 85.6%는 한국"…전수조사에 진심인 유일한 국가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85.6%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지난 7월10일~8월6일 전 세계 확진자 149만2210명 중 85.6%가 한국 차지였다. 이는 통계 착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국가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를 전수 조사하고 이 데이터를 공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찌감치 전수 조사를 중단했다. 오는 31일부터는 한국도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고, 확진자 전수 조사도 표본 조사로 바꿔 코로나19 유행국으로 오인될 우려가 줄어들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보고된 시점은 2019년 12월31일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환자 27명이 발생하면서 한때 '우한폐렴'으로 불렸던 코로나19가 시작됐다.

국내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한 달여 뒤인 2020년 2월17일 국내 첫 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신천지발 대유행'이 번졌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62만1056명으로 하루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하루에 469명이 사망하며 일일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지난해 7월 초에 시작한 6차 유행은 오미크론 BA.5변이가 주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말 전후로 7차 유행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XBB 계통의 변이 바이러스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지난해 8월31일 10만3901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하루 10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을 정도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었다. 지난 28일 기준 주간일평균 확진자는 3만6700명이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의미하는 치명률도 지난 7월과 이달 기준 0.02~0.04%로 낮아졌다. 정부가 오는 31일부터 사실상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이다. 첫 확진자 발생일로부터 1319일 만이다.

지난 28일까지 누적 집계 기준 확진자는 3443만6586명, 사망자는 3만5812명, 치명률은 0.10%다. 재진 등에 따라 중복 집계된 건수를 감안하면 올해 대한민국 인구 5155만8034명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코로나19로 각종 방역수칙도 등장했다. 교회, 클럽,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통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입국자나 확진자는 의무적으로 2주일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실내외를 돌아다니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줄을 설 때 1~2m 간격을 유지하고 입장 시 이름, 출입시간, 전화번호 등 정보를 기입했다. 밤 10시 전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운영시간 제한 규제도 있었다. 한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도 했다. 이른바 '방역패스'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발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올해 1월 대중교통·의료기관 등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을 점진적으로 완화했다. 이어 올해 3월 대중교통, 6월 약국·동네의원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현재는 고위험군이 밀집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만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남겨둔 상태다.


1319일간의 코로나19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했던 피해는 많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지난 28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만 6개월 이상 기초접종자 수는 누적 4430만5295명이다. 접종률은 86.6%로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다. 일부는 백신 부작용을 겪고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8일 기준 누적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9만6485건이고 이 중 사망 18건 포함 2만4318건(27%)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결정했다.

법정 다툼도 벌어졌다. 방역패스 시행 당시 정부는 "방역패스는 피해가 발생하는 거리두기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예방접종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본권 침해란 반발이 나왔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다수 제기됐다.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잘못된 백신 수요 측정으로 예산이 크게 낭비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잔여 백신은 3475만회분이다. 지난해 정부가 구입한 백신 1회분당 가격인 약 2만3700원으로 계산할 때 8247억원가량이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되는 백신도 각각 1325만회분, 739만회분에 달한다. 내년(1384만회분)까지 3448만회분이 폐기될 예정이라 백신 폐기금액은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경제 손실은 연간 수십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제약사 MSD가 최근 발표한 경제적 비용 추정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례 기준 한국의 연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경제 손실은 36조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직접 비용이 1조5100억원, 간접 비용이 34조7000억원이다. MSD는 최악의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2.0의 경우 한국의 연간 경제적 손실이 121조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다른 팬데믹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도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지속 발생 중이다. 이달 넷째 주에만 132명이 사망했다. 정재훈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다음 팬데믹이 또 오는 것은 매우 자명하다"며 "코로나19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연간 2번 정도의 유행이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유행에서도 차분한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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