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필수의료문제 '현실적 해법'

머니투데이 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 대표원장 | 2023.09.01 02:02
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 대표원장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의료분야에 의대 졸업생들의 지원율이 점점 낮아져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로서 그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지원자가 거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힘들게 흉부외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사회에서 전공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자료를 보면 전체 흉부외과 전문의 1535명 중 448명은 기업 및 봉직의로 전공을 살리고 있지만 그외엔 흉부외과가 아닌 타 과를 표방해서 살고 있다. 500여명의 개원의 중 흉부외과를 표방한 것은 50여명에 불과하다. 이 50여명도 주로 하지정맥류를 진료한다. 그외 대다수는 모발이식, 유방성형, 비뇨의학 관련 수술과 미용성형, 피부과를 한다. 하지정맥류 외에 흉부외과로는 개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전문의들의 근무환경도 열악해 극한직업으로 이미 인식돼 있고 지역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수도권에 집중되는 환자 때문에 큰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흉부외과 전문의의 꿈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개원가로 밀리게 된다. 의학영화,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부분 흉부외과 의사다. 훌륭한 의술로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내는 모습은 멋있고 존경스러우며 환자를 향한 따뜻한 미소는 낭만의사 그 자체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하다. 흉부외과 전문의로 일할 기회가 없어 타 분야로 내몰리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흉부외과를 지원할 것인가. 영화, 드라마에서 아무리 멋있게 나와도 강남의 대로변 빌딩 주인들은 미용성형외과 의사지 흉부외과 의사는 없다.


이런 사실을 의대 졸업생들이 모를 리 없다. 의대생은 상위 0.5% 수능성적으로 입학한 의대를 졸업한 후 여러 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년의 인턴과정에서 선배, 지인, 부모를 통해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현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무슨 과를 선택할까. 내가 의대생의 부모라면 어떤 과를 권유할까.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간과한 필수의료과 살리기 대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의대정원을 늘린다? 아마도 미용성형외과나 미용피부과 의사만 더 증가할 것이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만 있어도 연 60명 이상의 전공의는 충분히 확보될 것이다. 200병상 이상의 병원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병원은 다양한 형태의 흉부외과 관련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특성상 3분 내로 조치하지 못하면 사망 내지 영구적 뇌손상 등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전 보건복지부가 심장내과의 심장혈관 수술시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대기규정을 신설하려다 무산됐다. 이 문제만 해결돼도 흉부외과 지원자는 급증할 것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20여명의 열혈 흉부외과 지원자가 있는 것을 보면 기쁘면서도 안타깝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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