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중국서 첨단 반도체 판매 늘린다…"미국 눈치 안 봐?"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3.08.30 16:25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글로벌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TSMC(타이지디엔)가 중국 본토 공략에 속도를 낸다. 악화된 양안(중국·대만)관계와 미국 주도의 대중 제재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첨단 반도체 판매를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미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세트(완성품) 수요 하락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개선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든든한 실탄을 무기로 최첨단 공정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중국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해 TSMC의 중국 내 칩 출하량이 크게 늘었다. 최근 TSMC의 경영진은 중국 본토를 방문해 고객사를 방문하고 현지 법인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그룹이 전액 출자한 반도체업체 알리핑투어지와 ZTE의 핵심 계열사 중씽웨이디엔지가 주 고객사다. 이들 기업은 연초부터 TSMC가 만든 7나노(nm) 인공지능(AI)칩 주문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양안 반도체업계가 주목하는 점은 TSMC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7나노 칩을 중국에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7나노 칩은 플래그십(고급) 스마트폰이나 서버용 메모리에 사용되는 첨단 공정이다. TSMC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 AMD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7나노 칩을 주문한다.

중국은 스스로 7나노 첨단공정을 가동할 능력이 없다. 지난해 중신궈지(SMIC)가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수율이 턱없이 낮다. 게다가 올해 28나노 이하 레거시(구형) 공정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28나노 이하 공정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클론 키친 미국기업연구소(AEI) 수석연구원은 "28나노는 현 기술보다 20년 이상 뒤처쳐 있다"고 말했다.

TSMC가 미국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올해 실적이 지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약 40조 5000억원, 순이익 약 1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11.7% 감소했다. 주문량이 지속 감소하면서 하반기도 실적 악화가 확실시된다. 3분기 매출 가이던스(자체 추정치)는 지난해보다 최대 17% 줄어든 22~23조원이다.


중국에서 손쉽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가동이 숙련 인력 부족으로 지연됐다고 발표했는데, 업계는 TSMC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추정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십만명의 전공자가 쏟아지는 중국 반도체 인력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라며 "어떤 반도체 기업의 인력 수요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TSMC와 중국 본토의 밀월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중국 난징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규모 확대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중국 매출을 무기로 차세대 공정인 2나노 공정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중국 공장 확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미국을 넘어 다른 국가의 고객사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는 대중 제재 이전부터 꾸준히 계속됐다"라며 "올해 실적이 지속 악화하자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중국과 매출을 확대하려는 TSMC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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