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증시에서 SK이노베이션 신주인수권인 SK이노베이션 8R은 전일 대비 50원 오른 3만5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주인수권 이론가격(구주 현재가-신주 발행가)인 1만7100원 대비 105.6% 높은 가격이다.
신주인수권 가격과 신주 발행가(15만8900원)를 더하면 SK이노베이션 신주를 매수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총 금액이 된다. 신주의 시장가격인 셈이다. 이 가격은 현재 19만4050원으로 이날 구주 종가(17만6000원) 대비 10.3%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이다.
신주인수권이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 기존 주주들에게는 권리락 이후 신주인수권이 지급된다. 신주인수권은 증시에 상장돼 본주와는 별도로 따로 사고 팔 수 있다. 신주 청약을 원한다면 그대로 보유하면 되지만 신주 청약을 원치 않는다면 신주인수권만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아도 신주인수권을 매수했다면 신주를 청약할 권리가 있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총 819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기존 주주들은 1주당 약 0.074주의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식 1000주가 있다면 신주인수권 74주를 받는다.
신주배정 기준일인 지난 4일 기준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이 지급됐고 신주인수권은 지난 25일부터 거래가 시작됐다. 거래 첫날부터 신주인수권 가격은 크게 치솟았다. 거래 시작가는 3만1550원으로 당시 이론가(1만4100원) 대비 123.8% 높았고 장중 최고 4만1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첫날 신주인수권은 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신주인수권은 오는 31일까지 거래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만큼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 희석 효과 보다는 성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1조3000억원 중 5422억원은 시설자금에 사용하고 4092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 350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한다.
시설자금은 배터리와 신규 그린사업 R&D(연구·개발) 센터에 투자할 계획이다.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은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술과 탄소 포집 기술, 합성원유 등 신기술 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화학 기업에서 그린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자산들이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효과는 약 8% 정도지만 신성장 산업 투자로 이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희석 효과는 금방 만회할 수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정유·화학 비중이 높은 SK이노베이션은 부진한 국제 유가 흐름으로 인해 상반기 수익성도 악화했다. 하지만 WTI(미국 서부텍사스산 원듀)가 최근 배럴당 80달러선으로 반등하고 신사업인 배터리 역시 AMPC(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 효과가 본격 발휘되면서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24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할 것"이라며 "정제마진의 우상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배터리 부문에서는 미국 공장 생산성 향상과 AMPC 반영(2622억원) 등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도 상승 추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라면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 평균은 24만4158원으로 이전보다 2.2% 상향됐다. 신주인수권 인수로 신주를 배정받더라도 약 25%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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