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부채야"…中정부가 부양책 못 내놓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08.29 08:01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1일 (현지시간) 새 국무원 총리를 선출하기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에 참석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 경기 회복 둔화와 부동산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도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중국 경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런 증권거래세 인하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28일부터 증권거래세를 종전 0.1%에서 0.05%로 내렸지만, 5% 급등 출발한 상하이증시는 이날 1.1% 상승 마감하는 데 그쳤다. 대다수 투자자가 일회성 이익실현의 기회로 여기고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위안(약 720조원)의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성장 엔진을 재점화한 것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부동산 시장 급락과 소비 둔화에도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때는 141.2%, 지금은 279.7%


답은 바로 산더미 같은 부채다. 중국이 4조위안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2008년 말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부채비율은 141.2%에 불과했다. 당시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해왔던 중국 경제는 활기가 충만했고 곳곳에 투자 기회가 넘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3월말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279.7%를 기록했다. 가계(63.3%), 기업(165.7%), 정부(50.7%) 할 것 없이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더이상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미룰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올해 1분기에만 가계 부채는 1.1%포인트, 기업 부채는 5.8%포인트, 정부 부채는 0.8%포인트 상승하면서 부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가장 심각한 건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다. 지난 7월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지방정부 채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지·해소하기 위해, 부채 감축 방안을 수립·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앙정치국 회의는 중국공산당 내 최고 회의체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24명의 중앙 정치국원으로 구성된다.

이 회의에서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방침을 정했다는 건 관련 리스크가 이미 위험한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6월말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37조8000억위안(약 6800조원)으로 2018년 말(18조위안, 3240조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경기 회복을 위한 세금 감면 및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방역 관련 지출 증가 등의 이유로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지방정부 채권은 약 3조6500억위안(약 657조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40~50%를 차지하는 토지매각 수입이 지난해 23% 쪼그라든 것도 지방정부의 상환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


다만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 인민대표대회(국회 격)가 승인한 올해 중국 지방정부 채무한도가 42조1674억위안(약 7590조원)으로 10% 이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부채 리스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LGFV 부채는 1경1880조원?


중국 구이저우성의 중단된 고속도로 건설 현장/사진=블룸버그
문제는 앞서 언급한 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부채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LGFV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는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만드는 특수법인이다. LGFV가 조달한 자금은 지방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아서 '음성 부채'로 불린다.

최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대응하고 전 세계를 앞서갈 수 있도록 해줬던 LGFV와 부동산이 고속성장 구간이 끝나자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중국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견인해 온 LGFV가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에다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의 부채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LGFV 부채가 66조위안(약 1경18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1조5000억위안(약 270조원)의 특별 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중국 부동산 침체와 더불어 지방정부 채무 리스크가 중국 경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로디움그룹의 중국시장 연구 책임자인 로건 라이트도 "앞으로 2년간 중국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방정부의 채무조정 성공 여부가 될 것이며 지방정부 투자의 붕괴는 부동산 시장 위기에 견줄 만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LGFV의 시대도 저물 가능성이 크다. 한 LGFV의 전임 경영진은 "공익을 위해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LGFV의 역사적 소임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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