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찬드라얀 3호의 성공 VS '더 문'의 실패

머니투데이 이설(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3.08.28 14:53

최초의 달 남극 탐사 뉴스에 재조명되는 영화 속 설정

'더 문', 사진=CJ ENM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달 착륙에 성공하자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외신이 대서특필했다. 지구에서 약 38만㎞나 떨어진 달의 표면에 우주선이 가 닿았으니 분명 놀라운 뉴스였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세계 최초의 위성인 러시아(구(舊)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달에 착륙(1957년)한 지도 벌써 66년이 지났고, 유인 탐사선인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1969년)한 것도 이미 54년 전인데 반세기도 더 지나 달에 착륙한 게 새삼 뭐가 대단할 것일까.


달의 착륙 지점에 그 해답이 있다. 인도 찬드라얀 3호가 도달한 곳은 달의 남극. 달 착륙에 있어서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에 이어 인도가 네 번째이지만 달의 남극은 인도가 처음이다.


달의 남극은 착륙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역이다. 태양광이 비치지 않는 음영 지역이 많아 지구와의 교신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최근 러시아도 남극 착륙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인도도 앞서 찬드라얀 2호로 남극 착륙을 시도하다가 교신이 단절되면서 무산됐다.


사진출처=SBS 뉴스 영상 캡처


그렇다면 왜 달의 남극일까. 남극이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 물이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달의 남극에는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물이 있다면 식수와 산소는 물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 이는 화성과 태양계 외행성 등 보다 깊은 우주 탐사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찬드라얀 3호 착륙의 주요 임무 중 하나도 얼음과 기타 요소들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이 뛰어든 세계 우주 발사 시장은 올해 90억 달러(약 11조90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200억 달러(약 26조5000억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러시아, 중국 등은 달 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과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장기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곧 탐사 로켓을 발사해 달 착륙에 재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다. 30여 년의 노력 끝에 지난 6월 21일 누리호를 지구 밖 목표 궤도에 분리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자체 개발한 우주 발사체로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그러나 달 착륙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대신 올여름 스크린에선 달 탐사에 관한 한국영화가 개봉돼 눈길을 끌었다. ‘국가대표’ ‘신과 함께’ 등을 만들었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고,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의 도경수가 주연한 ‘더 문’(The Moon)이었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로 이미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국내 관객에게 한국형 우주 SF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낳았다. 우리도 마침내 한국 우주인이 탑승한 우주 영화를 보게 됐다는 기대도 컸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더 문', 사진=CJ ENM


‘더 문’은 한국 영화치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 약 280억 원을 들여 우주선과 우주 공간, 달 표면 등을 실감나게 구현해냈고, 특수효과와 4K 고해상도 카메라 촬영으로 경이로운 비주얼을 완성했다. 소재의 신선함 여부를 떠나 시각효과만큼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어본 흥행 성적은 처참했다. 누적 관객 약 50만 명. 같은 날 개봉한 ‘비공식작전’(약 100만 명)에 판정패한 것은 물론 여름 성수기 시장을 놓고 일제히 경쟁한 ‘콘크리트 유토피아’(318만 명), ‘밀수’(492만 명)에 크게 뒤졌다. 주요 4편 중 꼴찌의 성적. 한국 최초 달 탐사 영화라는 의미가 무색했다.


‘더 문’은 달 탐사에 나선 대한민국 우주선 ‘우리호’가 배경이다. 달에 도달하기도 전에 태양 흑점 폭발로 3명의 우주인 중 황선우(도경수) 1명만 살아남아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수행한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매우 위협적인 우주 공간에서 황선우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우주센터의 동료들이 무사 귀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문제는 달 탐사 자체가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이미 반세기 전에 인류는 달을 정복했고, 따라서 달 착륙 정도는 별일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블록버스터를 이미 체험한 관객들에게 단순한 달 탐사는 아무런 호기심도, 궁금증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우주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SF 판타지 ‘어벤져스’ 시리즈에 열광한 젊은 관객들에게 달 탐사는 보잘것없는 해묵은 소재로 비쳤을 것이다.


사진=CJ ENM


하지만 찬드라얀 3호로 밝혀졌듯, ‘더 문’의 미션도 사실은 일반적인 달 착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찬드라얀 3호의 착륙선이 남극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임무를 맡은 것처럼, 황선우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달의 음영지역에서 얼음을 채취해 돌아왔고, 그 의미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과학적 진보였다.


이런 미세한 차이와 역사적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점이 ‘더 문’을 눈여겨본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아쉽다. 사실 달의 남극 착륙이 최초 성공 이후 반세기나 걸릴 정도로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찬드라얀 3호를 통해 비로소 알았다. ‘더 문’이 개봉되고 20여일 후다. 또, 달의 얼음을 채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는 것도 찬드라얀 3호의 임무로부터 배우게 된 것이다. ‘더 문’에서 황선우가 채취한 얼음을 목숨 걸고 운반하는 장면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발견이고, 성취였던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몰랐다. 달 탐사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관객들은 아예 처음부터 ‘더 문’을 선택에서 제외한 것 같다. 우주 과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비주얼은 좋지만 스토리는 뻔한’ 영화로 치부된 것이다. 과학적인 문제는 제외하더라도 ‘더 문’에서 도경수가 보여준 인간 승리는 매우 감동적이었는데 그것 역시 제대로 전달될 기회마저 잃은 것 같아 영화팬으로서 안타깝다. ‘더 문’의 개봉 시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찬드라얀 3호를 봤으니 혹시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서라도 관람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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