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량 1위' 日교사들, 정신질환 얻고 교편 놓자…"학교에 AI 투입"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3.08.29 04:53

행정업무 부담에 업무시간 'OECD 1위'…
2021년 교사 953명 정신건강 문제로 사직,
교원경쟁률 2.5대 1 추락하는 등 인기 없어

지난해 11월 도쿄의 한 중학교 교실의 모습. 일본 초·중·고등학교 교원들이 월 평균 123시간 초과 근무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AFPBBNews=뉴스1
내달부터 일본 학교 교무실에 AI가 도입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행정업무로부터 교사를 해방시키기 위한 정책 시행에 착수한 것. 일본 교사들의 근무환경 만족도는 한국과 더불어 OECD 주요국 중 최하 수준으로 꼽힌다.



"'학교=블랙직장' 이미지 바꾼다" 팔걷고 나선 日정부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내달부터 교사의 사무작업 축소를 목표로 한 실증 사업에 돌입한다. 핵심은 생성형 AI로 교사의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것. 보도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교원연수나 홍보자료 제작 △학부모 안내문 작성 △동아리 등 학습활동 관련 회계 등 업무를 뒷받침하게 된다. 외국인 학부모 안내문 제작을 위한 번역도 맡는다.

니혼게이자이는 "사가현에 위치한 히가시메이칸 중·고등학교는 교원 전원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견학 후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AI를 이용해 연습문제 초안을 만들어 수업 준비를 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AI 활용범위는 각 학교 교장들의 재량에 맡겨진다. 다만 문부과학성은 생성형 AI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대책을 수립한 학교에 먼저 생성형 AI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교원 업무시간 OECD 1위…韓日 교사 행정업무시간, 평균 2배


일본이 교무실에 AI를 도입하기로 한 건 교사들의 삶의 질이 너무 낮다는 비판 때문이다. OECD가 2019년에 발표한 '교원 및 교수학습 국제비교 조사'(TALIS)에 따르면 중등 교사 기준 일본 교직원 업무시간은 주당 57.4시간으로 OECD 31개국 평균치(47.2시간)를 10시간 넘게 웃돌아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교사들의 주당 업무시간은 48.7시간으로 OECD 평균을 1.5시간 넘는다.

특히 행정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은 OECD 평균 주당 2.7시간인 반면 일본은 5.6시간, 한국은 5.4시간이었다. OECD 31개국 중 주당 행정업무 시간이 5시간 넘는 곳은 한국과 일본이 유일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잔업(야근)은 월 45시간 이상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2022년 일본 공립초·중학교 교원 근무실태 조사에 참여한 에이이치 아오키 도호쿠 대학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기고한 글에서 "중학교 교원의 77.1%가 지침보다 더 많이 잔업하고 있다"며 "교원과 학교의 직장 풍토에 메스를 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직업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2018년 TALIS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일본 중등 교사 중 61.5%만이 '지금 학교를 근무지로 추천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일본 교사 10명 중 4명 정도는 추천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현재 근무환경에 불만족한다는 얘기다. OECD 평균이 83.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도가 크게 낮다. 한국은 지금 근무지를 추천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65.9%였다. 이 항목에서 60%대를 기록한 곳은 한국, 일본, 중국 상해뿐이었다.


'정신질환' 사유로 953명 이직, 5897명 휴직


그 결과 다수 교사들이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학교를 떠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지난해 문부과학성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공립초·중·고등학교 교사 953명(초등학교 571명, 중학교 277명, 고등학교 105명)이 정신질환을 사유로 교편을 놓았다. 같은 이유로 휴직한 교사는 5897명이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이직과 휴직 모두 역대 최다"라며 "업무량 증가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지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2021년 공립 초등학교 교사 채용시험 경쟁률이 2.5대 1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교사 업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문부과학성의 자문기관인 중앙교육심회가 학교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니혼게이자이는 "학교는 '블랙직장'(직원을 착취하는 회사)이라는 이미지를 바꿔 뛰어난 인재를 학교로 불러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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