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외국인? 싫어요"…인종차별 심하다는 한국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김도균 기자 | 2023.09.03 15:00

[이방인들이 온다] ⑤"옆집에 외국인 안 살았으면"…뒤처진 이민자 인식·제도

편집자주 |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 명 가운데 1 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국회에 상정된 차별금지법안.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225만명. 우리 사회는 이미 이민자 등 외국인과 함께 사는 다문화 공동체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는 전국 228곳 중 총 86곳,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민자를 향한 인식 수준은 뒤처진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만 18세 이상 국민 1만61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인권 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주민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보는지 묻는 말에 '매우 존중된다' 또는 '존중되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은 36.2%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응답자의 88.4%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한국에 사는 이주민의 인권이 한국인과 동등하게 보장받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41.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혐오 또는 차별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고 10명 중 3명은 이주민이 나의 이웃이 되는 것을 꺼렸다.

실제 한국에 수년째 사는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라고 말한다. 단일민족 정서가 강한 탓도 있지만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이나 유색 인종을 배척하는 경향이 짙다. 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필리핀인 A씨는 "한국 사람들은 저개발 국가 노동자를 선진국 출신 외국인들과 달리 대우한다"며 "나는 생김새만으로 차별받는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다양한 배경의 이민자들이 모여 산 국가의 경우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인식 개선을 이끌었다. 미국의 경우 1964년 연방 민권법을 제정해 인종, 피부색, 종교, 생물학적 성별, 출신 국가에 따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했고 이후 고용시장 등에 적용할 구체적인 처벌 조항도 마련됐다. 호주도 1975년 인종차별금지법을 통해 인종을 이유로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등의 행동을 불법으로 정했다.


한국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만 수년째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는 성별, 장애, 나이, 출신국가,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이뤄지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차별금지법이 모두 4건 계류 중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일찌감치 국경의 빗장을 낮춰 외국인 유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왔다"며 "그 과정에 인구 감소 충격을 완화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통계로 보면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문제가 더 심각해 (이민 정책 논의가) 많이 늦은 상황"이라며 "후발주자인 한국은 더 과감하고 전폭적인 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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