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헝다그룹의 파산위기 이후 한 숨 돌리려나 싶을 때 비구이위안 위기까지 터진 것이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자산 규모가 각각 1조8380억위안(331조원), 1조7440억위안(314조원)으로 민영 부동산업체 1, 2위인 점도 중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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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이후 40여년간 고속성장한 중국 ━
1990년대 초반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수십 년에 걸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에 시달렸다.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학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최근에야 간신히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최근 몇 년간 조정을 받아온 중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과거의 일본만큼 극심하지 않다는 점도 다르다. 지난 7월 베이징시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평당 25만1000위안(약 4520만원)에 달하지만, 버블 정점 시기의 일본 부동산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당시 도쿄의 땅을 다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중국 역시 위기의 진원이 부동산이지만, 부동산 버블보다는 부동산 업체의 과도한 부채로 인한 위기라는 점도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부채는 각 2조4370억위안(약 439조원)과 1조4350억위안(약 258조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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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레버리징, 디플레이션… 'D'가 문제━
소비 부진과 물가하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해 초 제로코로나 종료 후 소비회복을 기대했지만, 지난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4%)를 밑돌았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대비 0.3% 하락하며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돼지고기 가격이 큰 폭 하락한 영향이 크지만,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물가가 하락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1990년의 일본과 비교하면 중국이 유리한 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진국인 중국은 지금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은 아주 비슷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차이는 중국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중동매체 알자지라에 말했다. 그는 "올해 중국이 5% 성장하더라도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의 일본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시장의 예상보다 보수적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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