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징어는 과연 빛을 좋아할까?

머니투데이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 2023.08.24 05:25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장

밤바다를 바라보면 종종 수평선을 따라 밝은 빛들을 볼 수 있다. 오징어 잡이배의 집어등에서 밝히는 빛으로 아름다운 야경을 이룬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도 보듯이 사람들은 선사시대부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물고기의 행동 습성은 물론이고 △회유경로 △서식 장소 △수온 △조류 등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물고기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개발해왔다.

오징어를 잡을 때는 밤에 집어등으로 오징어를 유인한 후 낚시로 잡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오징어가 밝은 빛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오징어는 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연구결과다. 오징어는 낮에는 햇빛을 피해 수심 깊은 곳으로, 밤에는 수심 얕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오징어는 왜 빛을 향해 이동한 것일까? 오징어의 먹이인 소형 갑각류나 치어가 빛이 있는 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사실 소형 갑각류나 치어는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모이는 것인데 이 플랑크톤은 낮에는 햇빛이 사방에 비치므로 흩어지지만 빛이 없거나 희미한 밤에는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떼로 모여든다. 집어등 주변은 오징어에게는 최적의 사냥터인 셈이다.

같은 연체류인 문어와 주꾸미는 어떻게 잡을까? 문어와 주꾸미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좁고 움푹 파인 곳에 은신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문어를 잡을 때는 단지를, 주꾸미를 잡을 때는 소라껍데기를 긴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아 바다에 던져 놓는다.

고등어·방어·삼치는 미끼없이도 잡을 수 있다. 떼를 지어 다니므로 먹이를 보고 잠시라도 머뭇거리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충 먹이로 보이면 바로 달려들어 낚싯바늘을 삼킨다. 이때 사용하는 낚싯바늘은 작은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다.


물고기의 습성이 아니라 바닷물의 흐름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있다. 바로 안강망(鮟鱇網)이다. 자루모양의 큰 그물로, 입구를 상하좌우로 전개되도록 하여 조류가 빠른 곳에 설치해 놓고 유영 속도가 느린 물고기가 조류에 휩쓸려 그물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렇듯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동·서·남해 해역별로도 해양환경이 달라서 1000여종 이상의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오늘날의 어업기술은 이렇게 다양한 물고기의 생태, 바닷속 조류나 해류, 지형, 유체역학, 그물의 재료 등에 관한 연구와 각종 어업기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의 어업기술은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데도 이용한다. 상괭이, 돌고래 등 소형고래류는 그물에 걸려 죽는 경우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자들은 위협을 느끼면 숨을 쉬기 위해 위로 도피하는 상괭이의 행동을 고려해 안강망 그물의 위쪽에 탈출구가 부착된 장치를 개발해 2021년 현장에 보급했다. 탈출장치를 부착한 안강망에서는 2년 넘게 한 마리의 상괭이도 혼획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통념과 달리 오징어는 빛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들을 잡고, 기르고, 관리하고,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모든 일에도 우리가 몰랐던 과학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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