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경제전환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술이 아니라 정책으로 전환을 주도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정책공조의 중요한 출발점은 1992년 교토의정서다. 이때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강화하자는데 합의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15년 마침내 196개 국가와 유럽연합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약속했고 각 국가는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NDC)를 제출키로 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정책공조 노력으로 인류는 화석원료 비중을 낮추고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정책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은 경제성장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책에 의해 조성되는 미래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각국의 기술개발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만큼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정했다. 철강, 화학, 시멘트 등 탄소배출 난감축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이 정책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대부분 국가에도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기술개발뿐이다. 경제성장까지 희생해가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포집·활용·저장, 수소환원제철, 소형모듈원전 등 분야에서 탄소중립 기술이 상업성을 갖출 만큼 충분히 개발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지금 주요국들은 이러한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한다. 이것은 탄소중립 기술을 먼저 개발한 국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가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기술이 핵심적인 국가 경쟁력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저탄소 전환시대엔 탄소중립 기술이 핵심적인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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