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되겠어?"…'4파전' HMM 인수, 중단 가능성도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23.08.23 05:10
1만6000TEU급 누리호
HMM 예비입찰에 중견기업만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HMM 인수비용을 오롯이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으면서 매각 자체가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HMM 지분과 경영권을 함께 매각하는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은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을 비롯해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파크 로이트까지 총 4개사다. 기대를 모았던 대기업들의 참여는 없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주식 총수 1억9879만156주에 이들이 보유한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전환가액 5000원)를 합한 총 3억9879만156주다. 이 주식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6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을 인수할 경우 물류분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동원그룹과 LX그룹은 통합물류기업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는 하림그룹과 세계 5위의 컨테이너선사인 '하파크로이드'는 해운산업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회사 중 하림과 동원, LX그룹은 모두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 하림그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5000억원, 동원은 6000억원에 불과하다. 세 회사 중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LX그룹도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때문에 세 회사 모두 PEF(사모펀드) 등 FI(재무적 투자자)와의 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동원과 LX그룹 역시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에 PEF가 끼어드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국내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운업이 책임지고 있는 만큼 HMM 인수자는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추후 지분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PEF와는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HMM에 쌓여 있는 10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배당으로 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파크 로이트의 경우 국내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HMM 지분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하파크 로이트가 인수 의향을 밝힌 4곳 중 자금력이 가장 앞서지만,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를 해외 기업에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인수 의향을 밝힌 4곳 모두 단점이 명확해 일각에서는 산은이 이번 매각 작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산은은 매각공고문에서 "매각 절차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업 업황상 매각 절차가 늦어지면 매각가가 낮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더 좋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은이 모두 부담을 떠앉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 후보 기업들은 향후 적격 인수 후보자 심사를 받은 뒤 약 두 달간 실사를 진행하고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삼성증권과 협의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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