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종류별로 스마트폰과 PC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 투자가 지난해보다 무려 44% 줄었고, 데이터센터의 두뇌로 쓰이는 연산용 반도체 투자는 14% 감소했다. 기업별로는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로테크놀로지, WD, TSMC, SK하이닉스 등 6개 사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테크놀로지는 반도체 웨이퍼 사용 규모를 30%가량 줄이는 등 투자를 약 40% 감축한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을 2025년으로 연기하는 등 올해 투자액을 전년 대비 10% 줄이고, SK하이닉스는 저수익 제품 중심의 감산 진행 등으로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보다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조짐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더디다고 지적하며 "중국 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장 설립 등 관련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 역시 설비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닛케이에 따르면 관련 수치를 공개한 주요 9개 반도체 제조사의 재고 가치는 889억달러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이는 반도체 품귀 현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0년보다 무려 70%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특수가 이어지던 메모리반도체는 지난해 여름부터 공급 과잉으로 돌아섰고, 가격이 하락했다. 이달 D램 반도체와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낮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 인공지능(AI) 인기로 반도체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증가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업계의 설비투자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거라고 관측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오는 2030년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시장 규모는 약 6000억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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