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살인해도 머그샷 못 찍는 한국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 2023.08.24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성남=뉴스1) 이재명 기자 =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집 밖을 나서기 무서운 세상이다. 관악구 신림동, 지하철 2호선, 분당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머그샷'(mug shot) 실효성이 논란이다.

머그샷(mug shot)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식별하려고 구금 상태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이다. 19세기 미국의 탐정이었던 앨런 핑커턴이 현상수배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입했다. 이름표·수인번호를 든 피의자의 정면과 측면 얼굴을 찍은 사진은 수용기록부에 등재된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피의자에게 '머그샷 촬영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어떤 범죄건 피의자가 되면 머그샷을 공개한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하긴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더 중요시해서다. 머그샷을 찍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입원한 피의자'로 제한된다.

그래서 유명인들의 머그샷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이 잦다. 1977년 뉴멕시코주에서 운전면허증 미소지 및 신호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활짝 웃는 머그샷은 유명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키아누 리브스, 팝 스타 저스틴 비버 등의 스타들이 '인상적인' 머그샷을 남겨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같은 일은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경찰이 머그샷을 공개하려면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피의자 신상 공개 관련 내용을 적시하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엔 머그샷 촬영과 공개에 관련한 규정이 없다. 때문에 피의자가 모자나 마스크, 안경 등을 사용하거나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릴 경우 제재할 수 없다. 법정 등 공개적인 장소에 나올 때 일명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린 고유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분당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 범인 최원종의 신상이 지난 7일 공개됐지만 머그샷 촬영 거부로 운전면허증과 검거 당시 사진만 배포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살인자에게 촬영 선택권을 주냐", "범죄자가 살기좋은 나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개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크게 없었다. 당시에는 주요 범죄 피의자의 실명과 사진 심지어는 집 주소까지 보도했기 때문이다. 1986년 발생한 서진 룸살롱 사건이나 1994년 지존파 사건 등 과거 강력 범죄 피의자 신상이 모두 공개됐다.

현재처럼 심의를 통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신상 공개 제도는 2010년 4월 도입됐다. 이 때 이후 여러 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돼 왔으나 피의자 검거 후 찍는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2021년 사귀던 여성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준석이 유일하다.

흉악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제 신상공개에 대한 기준을 달리봐야할 때가 됐다. 신상 공개 범위를 넓히기 위한 법안 처리에 뒷짐졌던 국회도 본격적인 법안 추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범죄자 인권이 국민이 범죄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권리 보다 우선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