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이 납품 단가 문제로 쿠팡과 갈등 중인 '반(反)쿠팡 연대'에 포함된 다른 제조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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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랲, 쿠팡 '본사 직거래' 요구 수용...4년 갈등 봉합━
1983년 설립한 크린랲은 국내 최초로 폴리에틸렌 재질의 '무독성 랩'을 개발한 제조 업체다. 주력 제품인 '크린랲'은 누적 판매량 2억1000만개가 넘어 국민 비닐랲으로 불린다. 이 회사는 2015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90%로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인 존재였다.
앞서 쿠팡은 크린랲 가맹점(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직접 매입해서 유통망에 공급했다.이후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크린랲 본사에 직거래를 요구했다. 하지만 크린랲 본사는 이 제안을 거절했고, 쿠팡은 이를 이유로 기존 대리점과의 직매입 거래를 중단했다.
크린랲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2020년 쿠팡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크린랲은 또 2020년 8월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12월 1심, 2022년 9월 2심 판결에서 모두 패소했다.
쿠팡과 결별한 뒤 크린랲의 시장 영향력은 점차 약화됐다. 쿠팡에 비닐랩을 납품한 다른 중소업체들이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린랲의 최근 시장 점유율은 약 70%대로 추정된다. 회사가 최고 전성기였던 시기보다 약 20%포인트 가량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시장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쿠팡이 21.8%로 가장 높다. 2위는 네이버로 점유율은 20.3%다.
크린랲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위생랩 분야에선 수 십년째 1위를 달리는 업체로 쿠팡과 대등한 위치에서 맞섰다. 그러나 결국 강대강 대치에서 한발 물러나 화해의 길을 선택했다. 크린랲은 지난 6월 14일 쿠팡에 제기한 '상표권 분쟁' 소송을 취하했다. 쿠팡에 '크린랩'을 검색하면 타사 상품이 상위에 노출되는 점, 쿠팡이 자체 제작한 랩 겉면에 크린랲 포장과 유사한 디자인이 사용된 점을 문제삼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해 쿠팡에 2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직거래 재개를 앞두고 전격 취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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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쿠팡 연대 봉합 신호탄될까...업계에선 의견 분분━
이런 갈등 국면에서도 쿠팡의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다. 쿠팡은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7조6749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최대치이며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대형 제조사와의 갈등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쿠팡과 크린랲의 거래 재개가 납품가 갈등을 겪는 다른 제조사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고 유통 대기업과 손잡은 CJ그룹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쿠팡 관계자는 "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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