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로 지방시대 역행·퇴보 곤란, 지역 교육자유특구 별도 추진"

머니투데이 대담=최석환 정책사회부장, 정리=이창명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 2023.08.21 05:50

[머투초대석]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16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머투초대석 인터뷰 /사진=홍봉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세계잼버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지역 책임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세계잼버리에서 드러난 미숙한 운영과 부실한 준비 과정은 지방에 대한 의심을 넘어 조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야심차게 출발한 지방시대위원회(이하 지방시대위)가 출범부터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사진)은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첫 질문도 하기 전에 먼저 세계잼버리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번 행사로 인해 지방시대가 역행하거나 퇴보해선 곤란하다면서 오히려 이럴 때 지방시대위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세계잼버리 이후 지역에 큰 행사 맡기면 안 된다는 여론이 생겼다.
▶이번 세계잼버리 하나를 갖고 지역의 역량을 평가해선 곤란하다. 중앙 정부라고 해서 다 잘하는 것도 아니다. 전남 순천시처럼 성공적으로 국제적인 행사를 끝마친 지역도 있다. 지역에서 잘못한 점이 있고 실책이나 비리가 있다면 따져보고 문책해야 하지만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 시스템의 문제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 정책엔 실패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이번 세계잼버리를 교훈 삼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고, 바람직한 형태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시대위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지방에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지방권력이 비대해져 새로운 권력이 떠오를 수 있는 만큼 견제가 필요하다. 분권에는 반드시 책임도 따른다. 그래서 여러가지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공직을 마친 퇴직자들이 모인 시민사회가 지방정부를 견제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민단체가 별다른 기능을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언론도 중요한데 현재 지방언론에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앙지들은 지방본부를 없애고 있다. 결국 제도적으로 견제장치를 만들어 경영평가가 이뤄지고 공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역 감사원 설립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방시대위가 구상하는 지방시대와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가 구상하는 지방시대는 서울 등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물리적인 접근이 아니다. 우리는 대도시와 지방도시를 어떻게 연결하고, 생활권 체계를 갖추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서 불편함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생활인구(관계인구)를 통해 수도권 대도시와 비수도권 지방도시간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선 다음달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가 무엇인지 비전과 목표를 정해 국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오는 10월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에 대전에서 열리는 지방시대 엑스포를 통해 지방시대 종합계획과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생활인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생활인구 개념이 생기면 도시에 살지만 지방에서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중요해진다. 농막(농지 한켠에 설치한 임시건축물)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농막은 현재 주택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화장실이나 주방까지 갖춘 주택이나 다름 없는 곳이 많고 별장처럼 사용한다.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이와 같은 농막은 별장으로 허용해주되 주택수에선 제외해야 한다. 지방시대 종합계획에서 다루진 못했지만 농막은 도시민들의 여가 공간이자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반드시 풀어야할 대표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원회에 집행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모든 부처가 얽힌 사안이라 태생적으로 강제권한을 가진 행정위원회가 되기가 어렵다. 현재 상황에선 특정 부처가 권한을 갖고 지방정책을 추진할 수가 없다. 개별부처가 추진하는 지방정책은 타 부처 협력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생긴다. 이런 의견들을 조정하고 통합해 가려면 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각 부처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정부 중심의 균형발전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현재와 같은 위원회 형태가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16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머투초대석 인터뷰 /사진=홍봉진

-지방시대위가 추진한 교육자유특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자유특구의 밑그림은 사교육 카르텔을 깨뜨리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적어도 교육자유특구 안에선 부모가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취지이다. 늘봄교실 등을 통해 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학교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혔다. 법사위 위원들이 주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또 특수학교 등이 새로 생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유특구 안에 포함된 사안들은 개별로라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만큼은 정치적 중립을 갖고 한두곳의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해 시도를 해보자고 계속 설득 중이다.

-1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인상적인 지역은.
▶지난 2월 우리 위원회가 워크숍을 개최했던 전남 신안군이 먼저 떠오른다. 척박한 섬 지역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입혀 천사섬의 기적을 이뤘다. 독특한 컬러 마케팅으로 섬들을 변신시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인구 136명이 사는 퍼플섬에 한 해 38만명(2022년 기준)의 관광객이 찾았다는 것은 기적이다.

전남 순천시도 놀랄만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순천 정도의 수준이라면 지방도시를 믿고 중앙의 여러 가지 권한을 이양해 줘도 좋겠다"면서 "지역은 스스로 비교우위의 성장동력을 찾아 키우고,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방균형발전 철학과 일치하는 도시"라고 극찬했다. 두 지역의 사례를 보면 지방도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소멸 해소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는 시선도 많다.
▶이는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도권만 더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성장 거점을 조성하지 못했고, 지역 정주여건 개선 등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확고하다. 이젠 정부 부처에서도 예전엔 없었던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굉장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지방시대는 쉽게 말해 '운동장을 넓게 쓰자'는 것이다. 지방소멸 해소는 국민들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별다른 이견도 없는 사안이어서 원활하게 추진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방시대를 표현한 적절한 비유가 있다. 정부는 운하에 선착장을 지어주고, 해적을 잡아주는 역할만 하되 운하에 유람선을 띄우든 화물선을 띄우든 운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지방의 몫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지방분권은 지방정부 스스로 각자 특성있게 발전한 모델을 갖고 전체적인 균형발전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간 우리 국민은 중앙집권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이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 균형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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