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폐암학회(IASLC 2023 WCLD)의 발표 논문 초록이 전날 공개됐다. 국내에서 4세대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두 기업, 보로노이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각각 초록을 공개했다.
보로노이는 VRN110755(VRN11)의 비임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VRN11은 타그리소 투여 후 발생하는 C797S 내성을 표적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미국에서는 EGFR 변이 폐암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처방된다. 이후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마땅한 약이 없어 관련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 공개된 초록에서 VRN11은 뛰어난 뇌 투과성을 보였다. 약물이 뇌로 잘 들어갔다는 뜻이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약 절반은 뇌로 암세포가 전이된다. 타그리소가 뇌 전이 폐암 환자에 효과가 좋지만 내성이 발생하면 그 후에는 사용할 약이 없다.
초록에 따르면 VRN11의 뇌 투과성은 쥐 실험에서 1.6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뇌 투과 수치는 1이다. 타그리소를 포함한 다른 약물과 비교해 더 높은 투과성이다. 또 EGFR 돌연변이를 정상 EGFR보다 100배 더 선택적으로 타깃했다. 동물에게 약을 먹였을 때 효과가 48시간 유지됐다. 사람 대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안전성도 확보했다.
VRN11은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보로노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VRN11의 임상 1상 시험을 신청했다. 경쟁 약은 블루프린트 메디슨스(Blueprint Medicines)의 'BLU-701'였지만 최근 효능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지난 17일 VRN11 초록 발표 이후 보로노이 주가는 전날 대비 3.73% 올랐다. 다만 이날은 지난 며칠간의 상승세가 조정받아 주가가 전날 대비 13.12% 내린 7만4800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초록에서 'BBT-176'의 임상 1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지난해 세계폐암학회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번에 추가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다. BBT-176은 1일 1회 600㎎을 복용하는 약이다. 그러나 복용 후 환자가 장시간 설사를 하는 등 경미한 등급의 부작용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용량을 조절해 1일 2회 투약하는 방식의 임상 스케줄을 도입했고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초록에 따르면, 지난 3월29일까지 44명 환자가 약을 먹었다. 1일 2회 투약하는 환자는 19명이다. 주요 부작용은 메스꺼움(38.6%), 설사(36.4%), 구토(27.3%) 등이었다. 대부분 1~2등급의 경미한 부작용이다.
그러나 1일 1회 복용하는 환자군에서 4등급의 호중구 감소증 사례가 관찰됐다. 또한 1일 2회 투약 환자군에서도 4등급 부작용의 간질성 폐질환이 발견됐다. BBT-176 투약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임상 시험에서 4등급 부작용은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다.
이번 초록에서는 BBT-176을 투약한 환자 7명 사례가 공개됐다. 암세포 크기가 50% 이상 줄어든 상태인 부분관해(PR) 환자가 2명이다. 나머지 5명은 암 크기가 줄어들지도, 커지지도 않은 안정병변(SD) 상태였다.
이번 BBT-176 임상 결과에 시장은 차갑게 반응했다. PR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2건의 4등급 부작용 발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초록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가는 14.13% 내렸다. 다음날 초록이 공개되자 추가로 2.12% 하락했다. 이날 종가 역시 전날 대비 0.72% 내린 5490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초록에서 공개된 데이터가 지난 3월 말 기준이기 때문에 전체 임상 결과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9월 본 발표에서는 지난해 폐암 학회 이후의 환자 반응과 1일 2회 복용의 안전성 및 내약성을 다룰 예정이다"고 말했다.
4등급 부작용 발생에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가 거의 말기 폐암이다 보니 여러 합병증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임상 결과를 좀 더 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는 (1일 2회 복용으로) 안전성이 조금 개선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호중구 감소증은 혈액학적 이상 반응으로 이번 초록에 포함된 환자 케이스는 이와 관련된 특정 증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간질성 폐질환의 경우 EGFR 저해제 계열의 약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부작용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번 임상 데이터에 포함된 4등급 이상의 중대한 약물 이상 반응의 경우 동일한 계열 약물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간주 돼 향후 임상 단계가 진전됨에 따라 좀 더 많은 환자 사례를 살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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