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호주 국책 탄소포집 연구기관인 CO2CRC의 폴 바라클로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오트웨이 국제 CCS(탄소포집저장) 실증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탄소를 포집해 땅 속 깊은 곳에 묻는 기술에 대해 수차례 "검증된 기술"이라며 "15년이 넘도록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힘을 줬다.
CCS는 에너지 연소 및 산업공정 등에서 배출한 탄소를 모아 저장하는 기술이다. 주로 폐가스전이나 대염수층을 활용한다. 오트웨이 실증센터의 지하에도 이런 지층 구조가 존재한다. 폐가스전은 수백만년 동안 천연가스를 담고 있을 정도로 지층 구조가 견고해서 안전성이 높다. 대염수층의 경우 탄소를 서서히 물에 용해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라클로그 COO는 "수많은 지층이 겹쳐있기 때문에 지진 등에 따른 누출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CCS를 위해 두껍고 단단한 암석층이 일종의 코르크 마개 같은 역할을 하는 지역을 엄격히 선정한다는 의미다. 실제 2021년 오트웨이 실증센터 인근 멜버른에서 규모 5.9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저장 시설은 굳건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1990년대부터 탄소포집 사업이 본격 시작된 이후 유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다.
평범한 외관이지만, 호주의 야심이 집약된 곳이다. 연 8600만톤 수준의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는 호주는 국부와 탄소중립을 모두 잡기 위해 CCS를 국책 사업으로 택했고, 2004년부터 오트웨이 실증센터를 운영했다. 호주는 오트웨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 4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해 대염수층에 저장하는 '고르곤 프로젝트'를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뭄바(Moomba), 바유운단(Bayu-Undan) 등 폐가스전을 활용한 사업 역시 추진 중이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트웨이 실증센터는 폐가스전 및 대염수층 저장 검증을 이미 마치고 3단계인 모니터링 기술 개선에 돌입했다. 광섬유 케이블을 땅에 심어서 저장한 탄소의 상태를 최대한 빨리 관찰할 수 있다. 4단계에서는 탄소를 지층에 주입할 때 첨가제를 섞어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노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포집이 없다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는데 15조 달러(약 2경원)를 더 써야한다고 밝혔다. 박용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항공기 등 장거리 수송, 정유·제철·시멘트·소재 등 산업은 당장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이 힘들다"며 "상당 기간 화석연료가 쓰여야 하기에 '브릿지 기술'로 탄소포집이 무조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탄소포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SK E&S는 호주 오트웨이 실증센터와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바유운단 프로젝트에 참여사로 이름을 올렸다. 컨티넨탈리소스 등과 함께 미국에서 세계 최대(연 1200만톤) 규모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틴 퍼거슨 CO2CRC 회장은 "한국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여서 탄소배출 감축 목표 또한 시급히 달성해야 한다"며 "탄소포집은 IEA 등 국제기구의 인정을 받은 검증된 탄소배출 감축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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