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죽은 바다서 수영…"제발 오지 마" 하와이 주민들 분노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3.08.14 15:49
11일(현지시간) 산불이 지나간 뒤 잿더미로 변한 하와이 마우이 라하이나 지역 한 마을의 모습 /로이터=뉴스1
최악의 산불로 그야말로 잿더미가 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주민들이 관광객들에게 당분간 섬 방문을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BBC는 13일(현지시간) 산불 피해가 극심한 마우이에서 관광객들이 여전히 휴가를 즐기고 있으며, 이 모습을 본 현지 주민들의 괴로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마우이 주민은 BBC에 "우리 주민이 사흘 전 바다에서 죽어 나갔는데, 바로 그다음 날 관광객들이 같은 물속에서 수영하고 있었다"며 "이곳 주민들은 수영이나 스노클링, 서핑을 하려 하지 않는다. 이 비극 속에서 재미를 찾는 주민은 아무도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관광객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며 "두 개의 하와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곳과 그들(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마우이섬 서쪽 해안에서는 지난 8일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허리케인 '도라'가 몰고 온 강한 바람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곳 주민들은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다. 마우이 해양경비대에 따르면 최소 100명 이상이 바다로 대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익사한 이들의 시신이 물 위와 방파제 등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

대형 산불이 엿새째 잡히지 않으면서 사망자는 93명으로 늘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라하이나 지역은 여의도 3배 규모 면적인 2170에이커(약 8.78㎢)가 불에 탔으며, 재건에만 7조원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섬 곳곳에 수도와 전기가 끊겼고, 이재민은 1만명이 넘는다.


일부 이재민은 머무를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화재 지역 반대편에 위치한 동부 해안에 계속해서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어 이재민들이 임시 숙소로 활용할 만한 호텔 등이 부족해서다. 하와이주 당국이 나서 호텔 방 1000실을 확보했지만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시민단체 그린뉴딜네트워크의 카니엘라 잉은 엑스(X·옛 트위터)에 "계획된 휴가를 취소해달라. 생존자들은 호텔 방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에 치유할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제이슨 모모아가 인스타그램에 마우이 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글과 함께 올린 이미지. '마우이로 여행 가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하와이 출신 배우 제이슨 모모아도 인스타그램에 "마우이는 지금 당신이 휴가를 보낼 만한 장소가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하와이 여행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와이관광청(HTA)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산불이 난 뒤 4만6000여명이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을 통해 빠져나갔다"며 "앞으로 몇 주간 연방·주 정부 및 커뮤니티와 여행 업계의 관심은 주민들의 회복에 집중돼야 한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방문 계획이 있는 여행객들은 일정을 조정해 상황이 나아지면 찾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산불로 연락이 끊기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된 실종자가 1000명에 달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 당시 화재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재(人災)가 부른 참사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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