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헝다 사태' 터지나…동전주 된 中부동산 공룡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3.08.14 05:00



"저 스스로 전문 경영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과 고객 입장에서 품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올해 3월 1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벽계원(碧桂園·컨트리가든)의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 양궈창 창업자 겸 회장이 물러나고 그의 둘째 딸 양후이옌 공동 회장이 41세 나이로 단독 회장에 올랐다. 양 회장은 수년 연속 중국 여성 부호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양 회장의 입지가 공고해지며 주주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벽계원은 헝다그룹에 이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60% 넘게 하락했다.

지난 11일 홍콩 증시에서 벽계원은 전일 대비 0.06홍콩달러(5.77%) 내린 0.98홍콩달러(약 16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7년 홍콩 증시 상장 이후 최저가다. 올해 들어 벽계원의 주가는 우하향하면서 연초 대비 63.57% 빠졌다. 같은 기간 홍콩항셍지수 낙폭(-5.31%)의 11.9배다.

벽계원의 주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은 건 디폴트 위기의 영향이다. 이달 6일 만기 도래한 액면가 각 5억달러(약 6630억원)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297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벽계원이 30일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 처리가 확정된다.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달마다 바닥을 갱신하고 있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3054억3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33.5% 감소했다. 낮아진 시장 기대치조차 4.7% 밑돌았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 업체로 꼽혔던 벽계원도 시장 침체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벽계원의 매출액은 4303억7000만위안(전년 대비 17.7% 감소), 영업손실 60억5000만위안으로 상장 후 처음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450억위안~550억위안(약 8조 2300억원~10조5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벽계원의 디폴트가 악화일로의 중국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앞서 2021년 12월 중국 최대 건설사 헝다그룹이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압박으로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하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헝다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이날까지 줄곧 거래정지 상태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벽계원의 디폴트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지급한 이자 규모가 크지 않고 유예 기간이 있어서다. 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중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우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벽계원의 디폴트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벽계원의 재무 건전성이 다른 중국 대형 부동산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중국 정부가 현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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