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혼란의 부동산 시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 2023.08.16 05:45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한데 이어 무디스가 미국 중소형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했다. 이는 미국의 경기 침체 및 위기 가능성이 여전히 진행형이란 것을 보여준다.

무디스의 중소형 은행 신용등급 강등은 높은 기준 금리로 인한 고강도 긴축이 지속될 경우 은행시스템 불안으로 번질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디스는 이에 더해 BNY멜론, US뱅크코프,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주요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곧바로 미국 국채 등 채권금리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미 채권금리 상승은 국고채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출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하는 등 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친데 따른 것이다.

시장 움직임에 반하는 인위적 정책은 결국 시차를 두고 위기를 초래한다. 실제로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느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431억원으로 6월(1062조 1878억원)보다 약 6조원(5조 9553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대출 급증으로 인해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등 은행권 부실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실을 관리해야할 금융당국으로선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결국 정부는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50년만기 주담대에 대한 연령 제한(35세 이상 금지) 등 규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초장기 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탓이다.

정부는 이에 더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을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속도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이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처럼 규제를 풀었다 다시 조이는 모순된 모습에 정부가 되려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의 대출 규제 재도입은 최근 부동산 시장 반등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서울의 지난 6월 아파트 거래량이 3800건대를 기록하는 등 주택 거래량이 예년 평균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매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7월 거래량도 전달보단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더해 대출 금리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중국 경제도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등 침체 초입에 들어선 모습이다.

이처럼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지표들이나 경제 여건들을 살펴 보면 시장 상승 동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위적 부양만 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은 필수다. 급등한 집값 탓에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저출산 위기도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여전히 대혼란의 시기다.

이런 가운데 서민의 주택 공급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관 비리 등 내부 통제 실패로 설계·감리·시공 전반에 부실이 발생해 오히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 것.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 사업들이 차질없이 이뤄져야할 시기 발생한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번이 LH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좋은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건설 카르텔을 일소하고, LH 혁신에 나서야 한다.

LH가 빠른 시일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내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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