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장마 기간에 일어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에 관계 공무원에 대해 특별감찰에 나선 국무조정실이 7월28일 전·현직 공직자 36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5개 기관, 63명의 공직자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9명이 사망했는데 이 참사에 대한 대응부실로 주무장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청구됐고 지난 7월25일 헌법재판소는 이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최근 대규모 참사나 부실로 인한 대회 파행 등으로 인해 해당 공직자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집행을 함에 있어 위법, 부당한 사항이 있는 경우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진다. 즉, 공무원이 법령을 위반하면 파면, 해임 등 징계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민형사상 책임과 변상책임을 진다. 또한 선거, 해임건의 등 정치적 책임을 지기도 한다.
탄핵제도는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를 의회가 소추해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다. 헌법상으로는 대통령 등 고위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고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며 탄핵 결정이 있으면 공직으로부터 파면된다. 탄핵 사유는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한 것인데 이 점에서 특별한 요건이 없어 정치적 이유로 가능한 해임건의와 구분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유를 모든 법 위반이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본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대응과정에서 장관의 행위는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불명확함에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해서 공직수행을 중단시키는 것은 법적 절차인 탄핵을 정치적 절차로 이용하는 것이다.
탄핵 외에도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 내지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감사원 등 상급 행정기관의 감사가 형사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대형 참사의 경우 사실 누구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고 관련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공직자에 대해 과도한 처벌을 하는 경우 공무원이 적극적인 행정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더욱 강화시킨다. 나아가 우수 인재의 공직 진출을 막게 된다.
보다 엄격하고 합리적인 차원에서 공직자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직무 수행과정에서 중대한 과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정치적 책임을 법적 책임화하는 것, 즉 정치를 통해 풀 것을 법에 의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직자, 법원에 부담을 주고 그 피해는 다시 국민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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