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안전해"…中 묻지마 범죄 해법은 '식칼실명제?'[현장+]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3.08.08 15:24
전국 묻지마 흉기 난동, 경찰당국 주요 지하철·쇼핑몰 순찰강화(강남역) /사진=임한별(머니S)
한국에서 '묻지마 강력범죄'가 충격을 주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식칼실명제가 교민 사회서 새삼 화제다. 과도나 식칼 하나를 사더라도 신분증을 제시하고 인적사항을 적은 뒤에야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범죄 억제효과에 대한 판단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식을 벗어난 강력범죄가 통제만능주의를 키울 수 있다는 자조가 커진다.

한국에선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에 이어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화점에서도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공공장소에서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실제 범죄만큼이나 모방 예고 등도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온다.

묻지마범죄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최근인 지난달 23일 JR간사이공항선 열차 안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세 명이 다쳤다. 2021년에도 오다큐선과 게이오선에서 승객이 흉기를 휘둘렀다. 일부 열차 객실에 CC(폐쇄회로)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프랑스에서는 시리아국적 남성이 지난 6월 8일 흉기를 휘둘러 6명이 다쳤고, 앞서 1월엔 스페인에서 한 남성이 일본도를 휘두르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독일에서도 남성의 열차 내 묻지마 범죄로 두 명이 죽었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에서도 2010년을 전후해 다수의 묻지마 범죄가 보고됐다. 2010년 3월에 복건성(福建省)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남성이 칼부림으로 초등생 8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이 발생했고 며칠 뒤엔 광동성(廣東省)과 강소성(江?省)에서도 묻지마 범죄로 수십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범죄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내린 결론이 바로 식칼실명제다. 중국 정부는 2012년 북경(베이징·北京) 시내 대형마켓이나 가정용품점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식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상해엑스포와 광동성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일시적으로 식칼실명제를 실시한 바 있지만 상설 제도로 만든건 2012년 북경이 처음이다.


실제 기자가 최근 북경에서 식칼과 가위를 구매해 보니, 과정이 만만찮았다. 대형 가구매장 이케아에서는 식칼을 유리케이스 안에 전시하고 해당 모델에 대한 플라스틱 번호표를 대신 구매하도록 했다. 결제를 마치고 별도 창구에서 신분증과 함께 번호표를 제시하면 칼로 바꿔주는 구조다. 대장에 신분증 번호, 제품 번호를 꼼꼼하게 적고 담당자 날인까지 한다.

가위를 사는 절차는 칼보다는 덜 복잡하지만 한국에 비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북경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가위 구입을 시도했다. 진열대에 진열은 당연히 안 돼 있었고 직원을 통해 물어물어 가위를 찾으니 따라오라고 한 뒤 구석 서랍장에서 가위를 꺼내줬다.

북경에 도착하면 가장 처음 듣는 말이 "한국보다 안전하다"이다. 시민의식이 높아진 부분도 물론 있겠으나 CCTV와 위치기반 모바일 시스템, 거의 100%에 가까운 전자결제를 통한 사회 통제가 안전의 배경이다. 호주머니에도 집안에도 현금이 없으니 좀도둑이 들 일이 없고, 어디로 도망가도 금방 잡히니 강력범죄가 억제된다는 거다.

식칼실명제 이후 중국의 묻지마범죄가 줄었을지는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다. 언론보도를 볼 때 이후 큰 칼부림 사고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식칼실명제 때문일지 공안의 감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교민은 "강력범죄를 막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정부의 의무이겠지만, 중국 정부를 보면 강력범죄가 통제강화로 이어지는게 정답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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