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AI 전략'…네이버 '크게' vs 카카오 '작게'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 2023.08.08 08:12

국내 양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NAVER)와 카카오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에 대해 공개했다. 검색 포털을 중심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쌓아온 네이버는 이 데이터와 자사 클라우드에 맞춘 대규모 모델에,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온 카카오는 스마트폰에서도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경량화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네이버는 대규모 모델의 높은 성능을 앞세워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나 플러그인(Plug-in)을 판매하는 B2B(기업간 거래) 서비스를 우선 선보인다. 반면 카카오는 가볍고 경제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카카오톡 기능을 고도화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를 우선 보여줄 계획이다.


네이버 키워드 : GPT 向·대규모 모델·B2B


네이버가 오는 24일 공개할 LLM(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는 대규모 학습량을 자랑하는 AI 모델이다. 파라미터(매개변수)는 챗GPT의 GPT-3.5(1750억개)보다 큰 2040억개, 한국어 학습량은 GPT-3의 6500배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하이퍼클로바X는 오픈AI-MS(마이크로소프트) 연합의 GPT 모델과 유사한 상업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오픈AI와 MS는 GPT-3.5와 GPT-4 모델의 API와 플러그인을 MS 애저 클라우드 등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고성능의 LLM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GPT 모델을 사용하게 된다.

네이버도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하이퍼클로바X API나 플러그인을 판매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일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API 기준의 과금 모델이나 구독 모델도 고려하고 있고, 네이버의 뉴로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업계와의 제휴, 기업과의 협업 등에서 수익 결과가 더 빨리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챗GPT로 GPT-3.5, GPT-4 모델 성능을 보여준 뒤 API와 플러그인 판매 수요를 높였듯, 네이버도 오는 9월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 서비스인 Cue:(큐:)로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을 대중에 공개하고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키워드 : 메타 向·경량형 모델·B2C


카카오가 오는 4분기 선보일 LLM 'KoGPT(가칭)'는 최대 650억 파라미터 규모의 경제적인 모델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고성능의 AI 모델도 좋지만, 해당 모델은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을 짚은 것이다. 오픈AI의 API 사용료는 1000 토큰(영어 단어 약 750자)에 GPT-3.5 모델이 0.002달러(약 2.6원), GPT-4 모델이 0.03달러(약 40원)이다. 모델이 커지고 성능이 좋아질수록 사용료는 곱절로 커진다.

이에 카카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 모바일 서비스에 적합한 크기의 모델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가 현재 내부 테스트 중인 모델은 파라미터 규모 △60억개 △130억개 △250억개 △650억개 총 4가지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LLaMA2(라마2) 모델을 △70억개 △130억개 △700억개 크기로 내놓은 것과 유사하다. LLM 모델을 깃허브나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하려는 방침도 메타와 닮아있다.

카카오는 이 모델을 카카오톡 서비스에 적용해 카톡을 사용하는 B2C 고객의 사용성을 우선 높일 계획이다. API나 플러그인을 직접 판매하기보다, AI가 적용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중소상공인이 AI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개인화된 카톡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주문·예약 등 거래형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KoGPT API 판매 등 B2B 상품은 계획되지 않았다"고 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3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톡에 메시지를 요약해주는 것은 60억개의 경량형 모델이 비용면에서 합리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누가 먼저 LLM을 구축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비용이 합리적인 모델을 만들어 서비스에 적용하는지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해지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승자 독식 막고 다양한 수요 맞춰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로 다른 전략으로 AI 전략을 취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한다. 오픈AI와 구글 같은 글로벌 선두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독식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수요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4대 석학으로 손꼽히는 앤드류 응 교수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다양한 데이터, 유즈 케이스에 맞춰 최적화된 모델들로 나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AI 연구원장)는 "(파라미터 규모가) 큰 모델이 좋다. 하지만 GPU나 전기 사용이 많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따로 응용할 때는 작은 모델도 필요하다"면서 "아주 거대한 모델을 작게 경량화하는 것도 새로운 기술이고 산업적으로도 임팩트가 있어 연구를 많이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전략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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