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부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 25만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오히려 '무량판 아파트'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다. 무량판 구조 자체에 대한 불안감부터 정부의 부실 조사 우려 등 불신도 커지는 모습이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부터 다음 달 말까지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부실 공사 조사를 진행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105개 단지,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188개 단지다. 세대 수는 각각 10만, 15만여세대다.
정부가 조사 대상을 비공개한 채 본격적인 부실공사 조사에 착수했지만,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단지 찾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량판 아파트로 낙인찍혀 안전 문제와 집값 하락이 생길까 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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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구조 안전 입증된 공법인데도 무량판 아파트 '주홍글씨' 찍힐까 '쉬쉬'━
다만 표준화된 설계기준이 없어서 시공 과정에 따라 구조적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보가 없기 때문에 설계·시공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부실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4월 무너진 인천 검단 LH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지난해 1월 붕괴한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28년여 전 삼풍백화점도 모두 같은 무량판 구조에 무단 설계변경·부실 공사 등이 겹치면서 무너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 공사가 생기면 무량판이 아니라 그 어떤 구조라도 다 위험하다"며 "무량판 구조라고 더 쉽게 무너진다거나 위험하다는 건 모두 사실과 다른 괴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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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려하는 무량판 구조?…분양가 가산비·용적률 상향 인센티브 부여━
실제로 LH의 경우 2016년 이후 장수명 공공주택 사업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다. 2018년 완공된 800가구 규모 세종시 장수명주택 중 116가구가 이 같은 공법을 적용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은 무량판 구조, 나머지 절반은 라멘(기둥식) 구조로 시공됐다. 현재도 공공·민간 아파트에 무량판 구조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특정해 안전점검를 실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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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주차장만, 민간은 벽식 혼합 무량복합구조까지 모두 조사━
현재 시공 중인 105개 단지 중 무량판 구조를 주거동과 지하 주차장에 모두 적용한 단지는 21곳이다. 주거동만 적용한 단지는 25곳, 지하 주차장에만 적용한 곳은 59곳이다. 준공을 완료한 188개 단지에서는 주거동·주차장 적용 10곳, 주거동과 주차장 단일 적용 단지는 각각 49곳, 125곳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주거동은 완전 무량판보다 대부분 무량복합구조인데, 무리하게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무량복합구조는 아파트 주거동에 많이 쓰이는 벽식구조와 보를 없앤 무량구조를 혼합한 방식이다. 벽식구조처럼 기둥 대신 벽을 지지대로 쓰지만, 하중 설계에 따라 내력벽 수를 줄인 게 특징이다. 정부는 앞서 LH 아파트 91개 단지를 조사할 때는 완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만 조사했다. 주거동은 제외했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조사 때는 LH에서 제외했던 무량복합구조 주거동을 대상에 포함했다.
일부에서는 조사 기준이 되는 2017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 국토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2~4년 주기로 정밀안전점검을 진행하는데, 2017년 이전 준공 단지는 이미 점검을 받았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 설명대로면 조사 대상은 2019년 상반기 이후 준공 단지로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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