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류진號' 출범한다...막강한 '美인맥파워' 빛보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3.08.07 16:3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23.7.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개월간의 '회장직무대행' 체제를 마무리하고 지휘봉을 류진 회장의 손에 넘기기로 한 것은 '전경련 정상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전경련은 지난 1월 당시 허창수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부터 차기 회장을 물색해 왔으나, 당시 후보에 오른 인물들이 대부분 고사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임 회장 임기가 끝났음에도 차기 회장을 정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전경련은 지난 2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수장으로 하는 '임시체제'로 전환했다.

전경련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회장은 지난 2월23일 '회장직무대행'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그는 '6개월만'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혀 주목 받았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며 전경련의 개혁을 주도해 온 그는 이달 22일 예정된 임시 총회에서 임기를 마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던 김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실세'로 불리는 그가 사령탑을 맡으면서 정부와 전경련 간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병준 대행 체제의 전경련은 차기 회장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다. 그러나 4대 그룹이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 회장 후보를 찾긴 쉽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전경련 현 회장단 멤버로 후보군이 좁혀졌다. 현재 전경련 부회장은 △김승연(한화) △이웅열(코오롱) △신동빈(롯데) △김윤(삼양) △류진(풍산) △김준기(DB) △이장한(종근당) △박정원(두산) △조원태(한진) △허태수(GS) △조현준(효성) 등 11명이다.

전경련은 지난주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비공개로 회장단 회의를 열었다. 회장단은 이 자리에서 류 회장을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경련은 지난 주말까지 여름철 휴가 등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부회장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회장 추대 동의를 받았다.

전경련은 류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이라며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후한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 회장은 한국 재계의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만찬에 기조연설자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깜짝 참석했는데, 이 행사에서 '밴 플리트 상'을 수상한 류 회장의 초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류 회장과 부시 전 대통령은 선친때부터 깊은 친분을 맺어왔다.

1990년대까지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 상위 그룹 총수들의 몫이었다. 초대회장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을 비롯,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고 구자경 LG그룹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이 역대 회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4대 그룹이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전경련은 '회장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4대 그룹이 동반 탈퇴하면서 '해체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큰 위기에 몰렸다. 당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017년 2월 정기총회 전까지 쇄신안을 마련하고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붕괴 위기에 몰린 전경련의 수장 자리를 맡겠다는 재계 인사는 없었다. 결국 허 회장은 2년의 임기를 계속 이어가야 했고, 이후 2017년, 2019년, 2021년 회장 교체기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어 올해 2월까지 12년간 회장직을 이어왔다.

한편, 전경련이 이날 공식적으로 류 회장 추대 계획을 밝히면서, 차기 경영진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류 회장이 상근 부회장을 외부 출신으로 내정한 상태이며, 김 대행이 임기 만료 이후 전경련 상임고문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어떤 사안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5. 5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