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분원 건립이 예정된 대학병원은 11곳에 달한다. 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에 800병상 규모의 분원을 건립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청라, 연세의료원은 인천 송도에 분원을 세울 예정이다. 아주대병원과 고려대병원은 각각 경기 파주와 평택, 경기 과천과 남양주 등 두 곳에 분원을 설립한다. 이밖에 가천대길병원과 인하대병원, 경희대병원, 한양대병원 등이 각각 500~1000병상 규모의 분원 설립을 예고했다.
각 병원은 첨단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의료의 실현과 향후 발생할 감염병 대비를 위해 새 병원 건립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학병원은 대부분 지어진 지 30년 이상으로 오래됐는데, 이곳에 방사선 치료기기나 식사 배달 로봇처럼 최근 개발된 장비를 들이려면 내부 리모델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설계 과정이 까다롭고 진료를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부닥친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중중질환에 대한 치료나 고령 환자 친화적인 입원 환경 구축, 감염병의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이를 고려해 장비, 동선을 설계하는 게 지금 병원을 손보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고 환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한 때 소아청소년과 등 대학병원의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됐지만 이는 한시적인 일이었을 뿐, 여전히 근무를 원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병원의 수도권 내 분원 설립이 현실화하면 지역 쏠림이 심화할 것이란 점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1개 수도권 분원이 들어서려면 의사 2700명, 간호사 8700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지역 병원엔 인력난이 생기고 지방 중소병원이 없어질 것이란 게 의료계 중론이다. 현재도 수도권 병원 쏠림이 있는 상태인데 이게 더 심해지는 것이다. 최근 20년 동안 전국에 개설된 대학병원 16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개가 수도권에 설치됐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대학병원들이 병원으로 돈을 버니까 또 수도권에 병원을 설립하려 하는데 이는 크게 봤을 때 대한민국의 의료를 망치는 길"이라며 "대신 인력을 추가 고용하는 등 필수의료 살리기에 여유 자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도권 분원을 추진 중인 서울대병원과 인하대병원은 2020년 이후 사업체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의료손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유보금이라 볼 수 있는 준비금가산 자기자본(자기자본+부채계상 준비금)은 각각 30% 이상 증가했다. 작년 기준 서울대병원 2조3954억원, 인하대병원은 1299억원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천대길병원, 아주대병원 역시 같은 기간 준비금가산 자기자본이 두 자릿수 비율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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