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체급 키운 '한국형 독수리'…50조 美 훈련기 시장 설욕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3.08.07 16:43
"한국으로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시장에 대한 수출 잠재력을 평가받을 기회였다"

2018년 국산 경공격기 'FA-50'(파이팅 이글)를 앞세워 21조원 규모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도전했다 실패한 한국항공우주(KAI)를 두고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이 평가했다. '실패가 아쉽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FA-50'는 그때의 실패를 딛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 폴란드 등에 연이어 수출되며 한국 방산의 핵심 먹거리로 떠올랐다. 'FA-50'의 재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 사업규모 50조원에 육박할 미국 해군·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 입찰전이 곧 열린다. '한국형 독수리'의 미국 시장 설욕전이 시작된다.

7일 KAI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735원, 8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9.7% 늘었지 영업이익은 75.6% 감소했다. 1분기 실적까지 합산한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0.5% 62.3% 감소한 1조3022원, 278억원에 머물렀다. 이라크 기지 재건 공사와 공군 TA-50 2차 사업 등이 상반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올해 실적 둔화는 상반기까지라는게 방산업계와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KAI의 올해 연간 매출,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조7789억원, 3011억원이다. 추정대로 실적이 나올 경우 올해 KAI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5.6%, 112.6% 성장하게 된다. 하반기 도약이 올해 실적 전체를 이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선 'FA-50'을 하반기 도약의 핵심으로 꼽았다. 지난해 폴란드와 48대 수출 계약이 체결된 FA-50 48대 중 12대가 연내 납품되는데 이에 따라 해당 12대 매출이 하반기 반영된다. 구체적으로 3분기 4대, 4분기 8대가 매출로 인식될 전망인데 총 8000억 규모가 될 것이라는게 업계와 증권가 추정이다. 12대 가운데 2대는 이미 지난 달 폴란드에 인도됐다. 폴란드 정부는 이달 자국 국군의 날 행사에서 'FA-50'의 첫 공식 비행을 계획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FA-50은 T-50(골든 이글) 훈련기를 개조한 한국 첫 다목적 경전투기다. FA-50의 모체인 T-50은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KAI 기술이전을 받아 개발했는데 록히드마틴이 만든 F-16과 호환성이 높아 조종사의 기종 전환이 쉽다. 한국에선 2013년부터 실전배치됐다. KAI로서는 아픔이 있는 기체이기도 하다. 2018년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당시 21조원 규모였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도전했지만 미국 공군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 규모보다 8조원 가량 낮은 입찰 가격을 써낸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T-7A'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9월 폴란드 수출계약은 FA-50 재도약의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방산 협력을 논의했고 계약의 물꼬가 트였다. KAI의 생산역량에 정부 방위산업 지원정책이 더해진 민·관·군 'One Team' 전략을 통한 성과였다. KAI 내부에서는 나토 가입국인 폴란드 수출이 FA-50 글로벌 수출의 '광고판'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폴란드 수출을 발판으로 KAI는 올해 2월 말레이시아와 FA-50 18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ASEAN)은 물론 나토를 중심으로한 유럽도 FA-50가 파고들 시장이 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등 수출 성사로 당장 실적에 보탬이 될 FA-50이지만 '진짜'는 내년 이후 시작된다"고 말했다. 고배를 마셨던 미국에서 5년 전보다 더 큰 시장이 곧 열리게 돼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미국 해군과 공국의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이 진행될 예정인데 도입 물량이 최대 600대 규모다. 사업 규모는 우리돈으로 총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해당 사업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KAI는 지난 달 18일 국회에서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산 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를 열고 FA-50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는 FA-50 미국 진출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은 물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FA-50 미국 진출과 연관된 대부분의 조직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FA-50 미국 도전 출정식과 다름 없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미국 시장 재도전 전망도 현재로선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에서도 FA-50의 최대 경쟁상대는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T-7A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5년전 FA-50을 눌렀던 T-7A는 아직도 개발 중인 단계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턴 양산이 시작됐어여 하지만 기체결함 등이 연이어 발견되며 양산이 지연되고 있다. 이미 실전배치된 FA-50로선 T-7A와 다시 맞붙게 되면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 관건은 보잉·사브 측의 가격공세"라며 "5년전 FA-50가 밀렸던 것도 보잉·사브 측이 상상을 초월한 가격을 써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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