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승세는 인벤티지랩이 가진 약물 전달기술 플랫폼 때문으로 분석됐다. 인벤티지랩은 2015년 김주희 대표에 의해 설립된 회사다. 마이크로스피어(구형의 아미노산 중합체)의 약효가 일정하게 나타나게 하는 마이크로플루이딕스(미세유체공학) 기술을 보유했다. 이를 장기지속형 주사제(IVL-DrugFluidic)로 구현했다. 1년 12번이던 투여횟수를 1~2번으로 줄이는 식으로 약효 지속기간을 늘려주는 기술이다. 인벤티지랩은 이를 기반으로 다수 개량신약을 개발한다.
상승세 물꼬를 틔운 건 치매 치료제다. 인벤티지랩은 지난달 16일부터 20일 열린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3)에 참가해 개발 중인 장기지속형 치매치료제 2건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정식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레켐비)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 관심이 치매 신약 개발에 쏠렸을 때다. 인벤티지랩은 개발 중인 두 치료제(1개월·3개월 지속형)가 전임상에서 일정하고 안정적인 약물 방출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1만원, 1만3000원을 돌파했다.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건 비만 치료제였다.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가 지난달 27일 '터제파타이드' 3상 결과를 발표한 여파다. 터제파타이드를 복용한 비만 환자의 몸무게가 최대 26.6%(투약기간 72주) 줄었단 결과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68주차 15% 감량)보다 높은 감량 효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일라이릴리는 이르면 올해 안에 터제파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겠다는 목표다. 미국에서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허가받은 터제파타이드는 현재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일라이릴리 임상 결과는 인벤티지랩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후 주가가 계속 올라 1만5000원에 이어 1만9900원을 찍었다. 불과 3일새 벌어진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위고비, 터제파타이드 등 특허가 끝나면 에버그린(오리지널 회사가 여러 개량특허를 통해 신약 특허 독점기간을 조정,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늦추는 것) 전략 차원에서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단 기대가 돌았다"며 "국내에선 인벤티지랩 외에 펩트론 등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인벤티지랩도 당뇨·비만 치료제로 IVL3005(2개월 지속형), IVL3021(1개월)을 개발 중이다. 최근 전임상에서 한 달간 몸 속에서 약물이 지속됐단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대형사와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벤티지랩은 앞으로도 다양한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속해 기업가치를 지속 제고해나가겠단 방침이다. 현재 인벤티지랩은 치매, 당뇨·비만 외에도 남성형 탈모, 약물중독, 전립성 비대증, 전립선암·성조숙증, 자궁내막증 등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 남성형 탈모치료제는 대웅제약, 위더스제약과 함께 개발 중이다.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생산 지원, 대웅제약은 임상 3상·허가·판매, 위더스제약은 제품 생산을 맡는다. 현재 국내 3상, 호주 1·2상을 준비 중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 임상은 내년 2분기께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약물중독 치료제는 연말 호주 1상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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