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보 재정 갉아먹는 요인 또 있었다… 관리 안 된 병상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3.08.07 05:30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 코로나19 병상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뉴스1
최근 한 한의원이 입원을 '호캉스'라 표현하고 이를 건강보험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성 문자를 보내 논란이 일었다. 이는 한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천의 한 병원도 블로그 글을 통해 호캉스는 '호스피탈(병원)+바캉스(휴가)'라며 병원에 입원해서 호캉스를 보내라고 광고했다. 이 병원은 호텔처럼 어메니티(편의용품)를 준다고도 했는데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에게 금품을 제공해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한 처사다. 이런 불법 의료 광고는 과잉 의료를 부추겨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다.

병원 호캉스 원인 중 하나는 관리 안 된 '병상'으로 볼 수 있다. 무분별하게 병상을 만들고 남아도는 병상을 운영하기 위해 입원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입원시키고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병상 수는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 4.3개 대비 약 3배에 달한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이 12.6개인 것보다도 많다. 독일(7.8개)과 미국(2.8개), 영국(2.4개) 등은 병상 수가 더 적다.

문제는 병상 수가 더 많아질 전망이란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9개 대학병원이 수도권에 11개의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2028년 이후 수도권에 6600개 이상의 병상이 추가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난 3일 열린 병상 자원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상급종합병원의 1병상당 연간 매출은 3억7500만원인데 6600병상이 증설되면 연간 2조4810억원의 요양급여비가 발생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며 "병상에 맞춰 수도권에서 인력을 구하면서 지역에선 더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중소병원은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에선 기능별로 허가받은 병상만 만들 수 있다고 병상 총량도 계획하에 관리한다고 한다. 계속 입원하도록 하는 병상이 아닌 기간을 정해두고 퇴원을 목표로 하는 '회복기 병상'도 있다는데 한국은 거의 없다. 이에 회복기 병상과 병상 총량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하루빨리 정부가 병상 관리에 나서 건보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적재적소에 의료 자원을 써 필수 의료를 살리길 바란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