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인도에 대한 '가치 동맹' 환상 버려야[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 2023.08.06 06:00

편집자주 |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 인도를 잡기위한 미국의 노력은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는 그만큼 큰 나라이고 따라서 쉽게 한쪽 편을 들지 않습니다. 포린어페어스 2023년 7·8월호에 실린 이 기사는 인도를 영원한 동맹으로 갖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당분간 중국의 패권도전을 견제하기 위한 일시적 협력관계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같은 '가치 동맹'을 상정해서는 안되며 솔직하게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서 인도가 충분히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솔직히 이야기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기사는 현 모디 총리의 힌두민족주의가 어떤 성격의 것이고 또 역사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간단히 정리하고 있는데, 모디 정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미국, 중국, 그리고 인도가 펼치는 21세기 '삼국지'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계속 심려원모(深慮遠謀)해야 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래픽=PADO /사진제공=AFP/뉴스1

지난 수십 년간 하나의 의례였다.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인도 정치의 아름다움, 인도 사회의 다양성, (여러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와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를 연결하는 공유 가치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이러한 수사는 다소 얄팍하게 들릴 수도 있고 확실히 거창하긴 하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빈말이 아니다.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보기에 공통의 민주주의 원칙은 지속적인 미국-인도 관계의 토대가 될 것이며, 광범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민주주의 국가는 비슷한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당시 인도 독립운동의 사실상 지도자였던 모한다스 간디에게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우리의 공통 관심사에 따라 당신과 나의 동료시민들이 공동의 대의를 위해 공동의 적에 맞설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냉전기간 동안 역대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소련의 천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인도가 소련에 대항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5년 인도와 획기적인 민수용 핵에너지 협정을 타결했을 때 인도의 민주주의 체제를 통해 인도와 미국은 "뿌리 깊은 (공통의) 가치관"으로 결속된 "운명적 파트너"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인도는 미국의 기대를 몇 번이고 저버렸다. 예를 들어 간디는 제국주의 일본, 나치 독일과의 전쟁보다 대영제국에 대항하는 인도의 독립 투쟁을 우선시함으로써 루스벨트를 실망시켰다. 인도는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의 동맹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소련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냉전이 끝나고 인도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한 후에도 인도는 러시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또 인도는 이란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기를 거부했고, 미얀마 군사 정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기를 거부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미국-인도 관계의 초석으로 삼는 것이 항상 의심스러운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실패할 것이 분명한 전략이다. '공통 가치' 또는 '가치 공유'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환상적으로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9년 전 나렌드라 모디가 인도 총리가 된 이후 '인도는 민주주의'라는 명제가 점점 더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에서 무슬림 소수를 겨냥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으며, 저명한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또 인도는 수백만 명의 무슬림 주민들에게서 시민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으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야당 인사들을 침묵시키고 있다. 따라서 민주적 이상에 대한 열렬 옹호자를 자처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과 인도의 파트너십을 '가치 공유'에 기반한 것으로 규정할 때면 아무래도 논리가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도 계속 '가치 공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백악관은 미국, 인도 양국이 체결한 '핵심첨단기술구상'(iCET)이 "양국의 공유된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존중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선언했다. 6월에는 모디 총리가 워싱턴 DC를 방문해 양국을 연결하는 "가족애나 우정과도 같은 따뜻한 유대감"을 확인하는 공식 국빈 만찬을 가진다. 그러나 지난 2월 인도 정부는 어느 주요 싱크탱크의 자금조달을 방해해 자유로운 지식 활동에 큰 타격을 입혔다. 3월에는 모디 총리의 여당이 총리 모욕을 거론하며 인도에서 가장 저명한 야당 정치인 중 한 명을 의회에서 제명했다.


그러나 양국의 공유 가치가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공유하는 실질적 이해관계는 더욱 강해졌다. 인도와 미국은 이제 중국이라는 분명하고 공통된 지정학적 적을 두고 있으며, 중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에게 인도는 중요한 해상 항로를 끼고 있고 중국과 긴 국경선으로 연결된 아시아의 거대하고 중추적인 강대국이다. 인도에게 미국은 첨단 기술, 교육, 투자의 매력적인 원천이다. 인도는 지금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 무기의 품질과 신뢰성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에 인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서방제 무기를 구매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 보완적 실질 이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미국은 공유 가치가 강력한 관계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먼 미래의 언젠가 두 나라가 공유 가치 아래 수렴될 것이니 현재의 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식으로 현재의 인도를 정당화하는데 힘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인도를 글로벌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투쟁하는 동맹이라기보다는 편의에 따른 동맹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장미빛 안경을 쓰고 인도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양측이 양국 관계가 궁극적으로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라는 점을 이해하고 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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