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상위 10위 중 7곳에 '알루미늄 창호'...시장 3파전 불붙었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 2023.08.06 08:00

'흰 뼈대' PVC 창호와 비교 불가 세련美...제품 개발 어렵고 비싸
고급 아파트 재건축 늘자 수요 증가...공시지가 상위 10곳 중 7곳에 사용
LX하우시스, 현대L&C 시장 진출...'전통 강자' 이건창호와 정면 격돌

창호 시장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알루미늄 창호' 시장이 3~4년 만에 격전지로 변했다. 고급 상가, 주택에 주로 쓰이다 보니 본래 시장이 작았는데 고급 아파트 재건축이 늘어나자 대기업 LX하우시스, 현대L&C가 시장에 진입했고, 30년 넘게 시장을 지키던 이건창호는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

6일 창호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루미늄 창호 시장에서 이건창호와 LX하우시스, 현대L&C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원래 이건창호가 소수의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던 시장인데 LX하우시스와 현대L&C가 최근 글로벌 시장 강자들과 제품을 공동 개발·출시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창호는 크게 알루미늄 창호와 PVC 창호로 나뉜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창호는 PVC 창호다. 소재가 쉽게 말해 플라스틱이다. 창틀 디자인이 세련되지는 않고 창틀이 두꺼워 조망도 해친다. 하지만 저렴해 널리 쓰인다. '창호'라 하면 일반적으로 PVC 창호를 말한다.

알루미늄 창호는 PVC 창호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됐다. 창틀이 얇아 조망도 해치지 않는다. 일반적인 알루미늄은 구릿빛이지만 창호는 코팅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색상이 다채롭다.

하지만 가격이 PVC 창호의 2.5~3배 수준이다. 건설 단가에서 창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국민 평형인 32평 주택에 값싼 PVC 창호를 써도 평균 1500만원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알루미늄 창호는 고급 주택, 값비싼 사무실 건물이 아니면 접하기 어렵다.

제품 개발도 어렵다. 물성상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높다. 여름에는 바깥 공기의 열을 실내로 들여오고, 겨울에는 실내 열을 내보내기 때문에 냉난방 부하를 줄이려면 고도의 공법이 요구된다. 더구나 PVC 창호는 조망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이중창'을 쓰는데 알루미늄 창호는 조망 때문에 한겹으로 쓰는 때가 많다.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내부 모습. 배우 전지현이 130억원에 매수해 유명한 공동주택이다. 알루미늄 창호를 써서 지어졌다. 알루미늄 창호는 널리 쓰이는 PVC 창호보다 창틀이 얇고 고도의 공법으로 만들어져 '프리미엄 창호'로 구분되는 제품이다. 본래 이건창호가 소수의 외국 기업과 경쟁했는데 최근 고급 아파트 재건축이 늘어나 시장이 커지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제공=이건창호.
이건창호는 독일 기술을 도입해 1989년 알루미늄 창호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하고, 30년 가까이 외국 회사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켰다. 알루미늄 창호는 독일, 벨기에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이건창호 제품은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업계 사례로, 지방의 어느 25평 단독 주택이 창호 시공을 하는데 독일 모 기업 창호로 견적을 낼 때는 4000만원이 나왔고 이건창호 제품으로는 3000만원이 나왔다.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기술 개발에 힘쓴 덕에 단열, 차음 성능을 높인 'SUPER진공유리', 벽 대신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해 외관도 세련되게 만들고 조망도 넓힌 커튼월 등을 개발했다. 서울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면 일부 부동산들이 유리벽에 '이건창호 썼습니다' 광고를 써 붙이고 있다고 한다.

올초 기준 공시가격 상위 10위 공동주택 중 7곳이 이건창호 제품을 썼다. 1~5위가 모두 이건창호 제품을 쓴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중 5위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배우 전지현이 지난해 펜트하우스를 130억원에 매수한 곳으로도 알려졌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인원한남, 더펜트하우스청담, 파르크한남 전경. 모두 이건창호의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를 썼다./사진제공=이건창호.
최근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주택들이 늘어나고 고급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알루미늄 창호 시장도 커진 상황이다. 아파트는 나중에 재산 가치에 어떤 건자재를 썼느냐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도 창호는 핵심으로 꼽히는데 재개발 조합원들이 프리미엄 창호를 요구하고, 운영진은 저가 창호를 쓰면서 조합원이 조합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일도 있다. 조합원들이 수주 과정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요구하는 일이 암암리에 성행한다고 한다.

LX하우시스와 현대L&C도 시장이 확대되면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LX하우시스는 이미 유로시스템9(E9-ALS245) 등의 제품이 있지만 지난 3월 벨기에 레이너스와 알루미늄 창호 기술·제품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MOU)를 맺었다. 레이너스는 세계 3위 알루미늄 창호업체다. 양사는 올 하반기 중 △초슬림 창호 △고단열 창호 △고풍압 성능 창호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L&C는 독일 창호 회사 '레하우'(REHAU)와 제휴해 4년 넘게 알루미늄 창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레하우와 상부가 비스듬하게 열리는 레하우 D-900 등 신제품 두 종류를 출시했다.

현재로서 시장은 이건창호가 방어전에 나선 양상이다. 이건창호는 30년 가까이 축적한 기술력이 있어 경쟁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대표적인 단열 제품인 듀얼로이유리보다 단열 성능이 4배 이상 뛰어난 수퍼 진공 유리는 세계 최초로 독일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해당 기술 덕에 이건창호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월드클래스 기업'에도 선정됐다. 이건창호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신산업도 개척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꾸준히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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