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창호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루미늄 창호 시장에서 이건창호와 LX하우시스, 현대L&C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원래 이건창호가 소수의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던 시장인데 LX하우시스와 현대L&C가 최근 글로벌 시장 강자들과 제품을 공동 개발·출시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창호는 크게 알루미늄 창호와 PVC 창호로 나뉜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창호는 PVC 창호다. 소재가 쉽게 말해 플라스틱이다. 창틀 디자인이 세련되지는 않고 창틀이 두꺼워 조망도 해친다. 하지만 저렴해 널리 쓰인다. '창호'라 하면 일반적으로 PVC 창호를 말한다.
알루미늄 창호는 PVC 창호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됐다. 창틀이 얇아 조망도 해치지 않는다. 일반적인 알루미늄은 구릿빛이지만 창호는 코팅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색상이 다채롭다.
하지만 가격이 PVC 창호의 2.5~3배 수준이다. 건설 단가에서 창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국민 평형인 32평 주택에 값싼 PVC 창호를 써도 평균 1500만원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알루미늄 창호는 고급 주택, 값비싼 사무실 건물이 아니면 접하기 어렵다.
제품 개발도 어렵다. 물성상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높다. 여름에는 바깥 공기의 열을 실내로 들여오고, 겨울에는 실내 열을 내보내기 때문에 냉난방 부하를 줄이려면 고도의 공법이 요구된다. 더구나 PVC 창호는 조망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이중창'을 쓰는데 알루미늄 창호는 조망 때문에 한겹으로 쓰는 때가 많다.
이건창호 제품은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업계 사례로, 지방의 어느 25평 단독 주택이 창호 시공을 하는데 독일 모 기업 창호로 견적을 낼 때는 4000만원이 나왔고 이건창호 제품으로는 3000만원이 나왔다.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기술 개발에 힘쓴 덕에 단열, 차음 성능을 높인 'SUPER진공유리', 벽 대신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해 외관도 세련되게 만들고 조망도 넓힌 커튼월 등을 개발했다. 서울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면 일부 부동산들이 유리벽에 '이건창호 썼습니다' 광고를 써 붙이고 있다고 한다.
올초 기준 공시가격 상위 10위 공동주택 중 7곳이 이건창호 제품을 썼다. 1~5위가 모두 이건창호 제품을 쓴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중 5위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배우 전지현이 지난해 펜트하우스를 130억원에 매수한 곳으로도 알려졌다.
LX하우시스와 현대L&C도 시장이 확대되면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LX하우시스는 이미 유로시스템9(E9-ALS245) 등의 제품이 있지만 지난 3월 벨기에 레이너스와 알루미늄 창호 기술·제품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MOU)를 맺었다. 레이너스는 세계 3위 알루미늄 창호업체다. 양사는 올 하반기 중 △초슬림 창호 △고단열 창호 △고풍압 성능 창호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L&C는 독일 창호 회사 '레하우'(REHAU)와 제휴해 4년 넘게 알루미늄 창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레하우와 상부가 비스듬하게 열리는 레하우 D-900 등 신제품 두 종류를 출시했다.
현재로서 시장은 이건창호가 방어전에 나선 양상이다. 이건창호는 30년 가까이 축적한 기술력이 있어 경쟁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대표적인 단열 제품인 듀얼로이유리보다 단열 성능이 4배 이상 뛰어난 수퍼 진공 유리는 세계 최초로 독일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해당 기술 덕에 이건창호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월드클래스 기업'에도 선정됐다. 이건창호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신산업도 개척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꾸준히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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