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 재난문자 요란한데 엄마 폰은 잠잠…알림 못 받는 2G·3G폰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 2023.08.03 15:25

일부 2G·3G 단말 재난 문자 못 받아
CBS 지원 및 단말 기술적 한계 때문
행안부 '안전디딤돌' 앱 무용지물
"단말 교체 말고 뾰족한 방법 없어"


지속되는 폭염으로 '긴급재난문자'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2G·3G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여전히 알림을 받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물론 재난문자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2G·3G 사용층이 시니어나 소외 계층인 점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2G와 3G 가입자 수는 총 239만8906명이다. 가입자 수는 매달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5G를 포함한 전체 무선 가입자(7921만5037명) 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나 지자체, 산림청, 기상청 등이 CBS(Cell Broadcasting Service)라는 서비스를 통해 발송한다. 문자 메시지 형식으로 전송되지만 실제로는 '방송' 형태 서비스다. 행안부 등이 이통사에 내용을 보내면 이통사는 기지국을 통해 그 기지국과 연결된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문자를 발송하는 식이다.

2G·3G 사용자가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한 이유는 CBS 지원 여부와 단말의 한계 때문이다. 정부가 CBS를 도입한 시기는 2005년이다. 2G(1996년 상용화) 서비스 방식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에 맞춰 개발됐다. 하지만 당시엔 CBS 탑재가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전화만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3G(2003년 상용화)다. CBS가 CDMA 규격에 맞춰 개발되다 보니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규격의 3G 단말은 과도한 배터리 소모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3G 단말엔 재난문자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2011년 상용화된 LTE(4G) 때도 상황은 동일했지만,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재난문자 탑재가 의무화되면서, 이후 출시된 모든 LTE 단말에는 CBS가 지원되도록 설계됐다. 다만 2013년 이전 출시된 LTE 폰은 여전히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는다.


재난문자 사각지대를 해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행정안전부는 2017년 '안전디딤돌' 앱(애플리케이션)을 배포했다. 이 앱은 수신지역을 설정하면 해당 지역의 각종 재난 정보를 긴급문자처럼 받는 식이다. 그러나 재난문자 수신이 안 되는 2G와 3G폰 상당수는 스마트폰이 아니기 때문에 앱 설치조차 불가능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업계에선 구형 단말이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말 교체 및 세대 전환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2G와 3G 사용자들이 재난문자를 받기 위해선 단말을 교체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2G는 이미 종료 수순이고, 3G 가입자도 줄어드는 추세라 일단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인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이통3사는 2018년부터 재난문자 수신이 안 되는 2G 단말을 대상으로 무상교체한 바 있다. 이후 3G 단말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통사들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며 단말 교체를 미뤄왔다. 교체 비용은 전액 사업자 측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가입자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재난문자를 받지 못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2G·3G 구형폰 이른바 피처폰 사용자들은 대부분 연령층이 높은 시니어 계층이나, 소외 계층이 대부분"이라며 "재난문자를 받으면 무심결에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 행위마저도 은연중 상황을 인식하는 수단이 된다. 2G·3G 사용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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