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치'…美 끌어내린 피치 입 열었다 "의회 폭동 강등배경"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3.08.03 12:07

피치 수석이사 로이터 인터뷰서 강등 배경 추가 설명
"폭동으로 정치적 양극화 심화·정부 지배력 약화 확인"…
옐런 장관 "피치, 오래된 자료로 오류 있는 결정 내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이하 피치)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 가운데 피치 측은 이번 강등의 배경 중 하나로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금융계는 이런 피치의 신용등급 평가 기준과 시기 등을 문제 삼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모습 /로이터=뉴스1
리처드 프랜시스 피치 수석이사는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피치는 미국 정부의 거버넌스(지배력) 약화와 재정적 우려뿐만 아니라(2021년) 1월 6일 반란으로도 드러난 정치적 양극화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말했다. '경제'보다 '정치' 문제에 방점이 찍힌다. 프랜시스 수석이사가 언급한 '1월 6일 반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대통령 선거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를 승인하려는 의회를 점거했다가 진압된 사건을 뜻한다.

프랜시스 수석이사의 이날 인터뷰는 피치가 미국의 장기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겠다는 발표 후 피치의 첫 번째 논평이다. 피치는 하루 전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재정 악화 △갈수록 증가하는 정부 부채 부담 △반복적인 부채협상 교착 국면에 따른 거버넌스 침식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프랜시스 수석이사는 이날 추가 설명에서 미 정부의 거버넌스 약화 문제를 재차 강조하며 2021년 의사당 폭동 사건 등으로 드러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문제 심화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폭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민주당은 더 좌익으로, 공화당은 더 우익으로 기울고 있다"며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해 미 행정부의 거버넌스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치는 국가 재정 상황과 관련해 그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이번 강등이 정치적 문제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프랜시스 수석이사는 미 행정부와 공화당 간 협상 타결로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신용등급을 낮춘 것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거버넌스와 부채 관련 자료를 정말 깊이 살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뒷북' 논란에 대한 해명이다.


이어 미국의 신용등급이 다시 상향 조정되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안정화되고, 부채 상한이 영구적으로 유예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피치의 이런 주장에도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과 금융계는 피치의 신용등급 평가 과정과 강등 시기 등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국세청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피치가 오래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오류가 있는 평가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피치의 강등 결정 직후에도 "피치의 이번 결정은 '자의적'"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엘리안 수석 경제고문은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피치는 지난 5월 이후 등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최근 미국 경제의 강세를 고려하면 '왜 지금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서 "미국과 미군이 만들어내는 안정성에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미국보다 높은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국가이자 가장 안전한 국가"라며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을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치의 이번 강등으로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호주 등이 국제 3대 신용평가사(피치·S&P·무디스)에서 미국보다 높은 국가 신용 최고 등급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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